<사설>脫원전 비판론자 뺀 ‘워킹그룹’ 에너지大計 그르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9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년) 수립을 위한 워킹그룹 총괄분과 첫 회의를 열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5년마다 정하는 최상위 플랜으로, 2년 주기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토대가 된다. 워킹그룹에는 산·학·연 전문가와 시민단체 인사 72명이 5개 분과에서 활동한다. 그런데 20년 에너지 대계(大計)를 다루는 기구가 탈원전 비판론자를 배제한 채 탈원전 찬성 학자와 탈핵 운동가, 문재인 캠프 인사 위주로 꾸려졌다고 한다.

워킹그룹에 민간 인사를 참여시키는 것은 정부가 놓친 부분을 보완해 미래 리스크를 줄이고 최적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취지다. 그러나 그런 기구를 만든다면서 정부 정책에 호의적인 인사 일색으로 꾸리면 공의(公議)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30.3%인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23.9%로 낮추기로 한 문 정부가 탈원전 기조를 지탱할 억지 근거를 만들겠다는 의도 아니겠는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민의는 급격한 탈원전에 우려를 표했고, 20일에는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여한 ‘원전수출 국민행동’이 출범하는 등 원전 축소에 반대하는 여론도 비등하다.

전문가적 판단 대신 정부 정책에 영합하면 오류가 나오게 된다. 지난해 문 정부 출범 후 나온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최대전력수요 예측치를 2년 전보다 크게 낮췄다. 하지만 이미 이번 겨울에만 예측치를 넘어선 날이 14일에 이르고, 10차례나 기업에 ‘급전’ 요청을 해야 했다. 당시 예측을 주도한 인사들이 이번 워킹그룹에서 중용됐다. 20년 계획이 5년 정권의 입맛에 휘둘린다면 국력 낭비는 물론 언젠가는 적폐로 몰리게 된다. 독선으로 에너지 대계를 그르쳐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