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1988년과 2018년, 서울과 평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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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1988년, 우리는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그로부터 30년 뒤인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러냈다. 두 올림픽의 차이는 뭘까? 물론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장관의 눈으로 볼 때 두 올림픽의 차이는, 대한민국 수도(首都)가 해냈던 일을 인구 4만 명이 조금 넘는 시골 평창이, 더 넓혀도 전체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인구로는 12위, 예산으로는 10위에 불과한 강원도가 해냈다는 사실이다.

뉴욕타임스의 표현대로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이들의 승리’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2011년에 제13회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결정됐지만, 준비는 순탄하지 않았다. 국정농단 사건,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파행, 대통령 탄핵으로 얼룩진 국정 공백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올림픽 준비 상태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보도도 계속됐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杞憂)였다. 대회는 순조로웠다. 목표 대비 100.9%에 이르는 입장권 판매율, 문화행사 관람객 140만 명 이상, 외국인 대상 범죄 0건 등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평창올림픽의 문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는 외신의 찬사가 나올 정도였다.

동계올림픽을 성공으로 이끈 것은 지방정부와 지역 주민들의 창의성과 열정이었다. 평창군은 황태 덕장이 있던 자리에 당초 계획에 없었던 ‘올림픽 플라자’를 조성하고 메달 플라자를 중심으로 한 각종 문화 행사, 기업 홍보관, 정보통신기술(ICT) 체험관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채워 넣었다. 강릉 시민은 차량 2부제, 쓰레기 배출 시간 제한 등 일상생활의 불편을 감수하며 힘을 보탰다. 대회 내내 최첨단 아이스링크의 빙질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는 등 강원도는 잡음 없는 교통·소방·시설 관리로 운영 면에서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평창 자원 봉사자들은 외국인 선수들과 관람객들의 ‘엄지 척’을 끌어낸 일등공신이었다.

지방분권 확대를 추진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가끔 듣는, 가슴 답답해지는 말이 있다. ‘우리 자치 역량은 아직 멀었어!’ ‘지방에 권한을 줘봐야 제대로 쓰겠어?’ 하는 불신의 목소리다. 결코 그렇지 않다. 평창을, 강원도를 보라. 새벽 6시,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에 손을 호호 불며 올림픽 플라자 앞에서 대기하던 대학생 자원봉사자의 책임감과 정성을 보라. 자기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제대로 봐야 한다. 지방의 저력을 믿어야 한다.

왜 지방이 중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지를 오히려 되물어야 한다. 중앙정부가 모든 권한을 틀어쥐고 있는 지금의 구조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입과 주머니만 바라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지방은 지금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자원을 바라보며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자치분권과 균형 발전이 답이라는 것이다. 입법·재정·행정 권한을 지방에 주고 책임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방정부가 주민과 함께 스스로 만든 규율과 확보한 재정 아래서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꾸려 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평창올림픽 폐막식을 관람하던 날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지난 30년간 우리의 지방자치 역량이 그만큼 발전해왔다는 방증이다. 다시 30년 뒤, 대한민국호(號)의 또 다른 성공 스토리를 기대한다면 지방정부에 대한 불신을 이젠 걷어내고 권한을 줘야 한다. 강원도의 성공을 지켜본 만큼 충분히 믿고 지방에 맡겨 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