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가 정부 “여학생 럭비 금지”… 여성단체 “시대 역행”

교육부 “태풍에 안전사고 우려”
비난 거세지자 긴급진화 나서

‘남태평양의 섬나라’ 통가 정부가 여학생들의 럭비 활동을 금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통가 매체 마탕기통가는 21일 오전(한국시간) “통가 교육부가 공립학교에서의 여학생 럭비 연습, 경기 금지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마탕기통가에 따르면 통가 교육부는 “여성의 품위와 통가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여학생들의 럭비 활동을 금지한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일선 공립학교에 전달했다. 통가여자럭비협회와 여성단체들은 “시대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페호코 투이바이 통가여자럭비협회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여학생들의 자유로운 스포츠 활동을 막았다”며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자립심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가의 대표 여성운동가인 오파 구텐베일 리킬리키 또한 “럭비가 남자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전 세계가 성 평등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가만 퇴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지난달 사이클론(태풍)으로 학교 시설이 대부분 망가졌고, 이로 인한 안전사고를 우려해 내린 결정이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통가는 지난 2월 사이클론 ‘기타’로 인해 사망자 1명, 부상자 33명, 이재민 4500명이 발생했다. 특히 가옥 1250여 채가 붕괴 또는 파손됐으며 학교 건물도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마탕기통가는 “말도 안 되는 해명”이라며 “누가 교육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겠나”라고 꼬집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