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제력집중도 심화?… 잘못된 근거로 부풀려

시민단체 “90% 달해” 는 과장
GDP를 분모로 사용 오류범해
실제 자산집중도 2016년 31%
정부 사전규제 강화 빌미 삼아

대기업의 경제력집중도가 크기 때문에 이를 낮추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이 잘못된 근거에서 비롯된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논리가 경쟁 당국 등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도 반영되면서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

21일 한국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일부 시민단체 등은 30대 그룹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자산총액’이 2002년 49.5%에서 2015년 90.4%까지 증가함에 따라 대기업집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는 크게 부풀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GDP는 1년 단위로 계산하는 유량(Flow)변수지만 자산은 누적된 수치를 현시점에서 평가한 저량(Stock) 변수기 때문에 각각 ‘분모’와 ‘분자’로 놓고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한경연이 저량 변수에 해당하는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상 전체 비금융업 자산총계를 분모로, 21개 대기업집단 계열사 자산합계를 분자로 계산한 결과를 보면 기업집단 자산집중도는 31.5%(2016년 기준)로 집계됐다. 더욱이 자산집중도는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일부에서 매출집중도를 계산할 때 분모에 GDP를 사용, ‘GDP 대비 대기업집단 매출액’을 산출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GDP의 경우 새롭게 창출되는 부가가치만 계산되는 반면 매출액(분자)은 총액 개념으로 거래 단계마다 중복해 계산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분자가 커져 실제보다 매출집중도가 높게 나온다.

한경연 관계자는 “자산집중도의 경우 분모와 분자가 모두 자산지표여야 하며 매출집중도는 분모와 분자 모두 매출지표여야 한다”면서 “경제력집중도 산출 시 GDP를 분모로 사용하면 집중도가 높아지는 오류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잘못된 근거에 바탕을 둔 경제력집중도 심화 주장이 정부 기조에 반영돼 있다는 점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에 대한 사전 규제 강화를 뼈대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마련을 위해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특위는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요건 강화, 대기업 계열사 내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한국 특유의 경제력집중 억제정책이 대기업 성장과 ‘좋은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경영권 제약으로 삼성전자가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려고 (투자보다는) 자사주 소각에 돈을 쓰고 있다”면서 “대기업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인데 공정위의 사전 규제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기업 때문에 우리 경제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인식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