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초청 → 리비아 공격… 사르코지, 카다피와의 ‘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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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자금’ 받은 혐의로 구금
사르코지는 의혹 부인했지만
증언·증거 잇따라 수사 탄력

니콜라 사르코지(63·사진 왼쪽) 전 프랑스 대통령이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2011년 사망·오른쪽)로부터 거액의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에 구금됐다. 프랑스 경찰은 물론 전 세계의 시선이 사르코지와 카다피의 ‘특별한 관계’에 쏠리고 있다.

20일 프랑스24 뉴스 등에 따르면 파리 근교의 낭테르시 경찰은 이날 오전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해 심문에 들어갔다. 사르코지는 지난 2007년 프랑스 대선 직전에 카다피로부터 최대 5000만 유로(약 660억 원)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법적으로 허용되는 선거 운동 모금액(2100만 유로)의 2배 이상을 훌쩍 넘는 규모다. 프랑스에서는 선거 자금을 외국에서 조달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기도 하다.

사르코지는 의혹 전체를 부인했지만, 증언과 증거들이 나오면서 수사는 탄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대 48시간 동안 사르코지를 구금 상태에서 조사하고 이후에는 석방해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하거나 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르코지는 2007년 12월 닷새 동안 카다피를 국빈 자격으로 초청해 프랑스-리비아 정상회담을 갖는 등 카다피를 예우했다. 카다피는 같은 해 7월 리비아 어린이들에게 에이즈 바이러스(HIV) 오염 혈액을 수혈한 혐의로 리비아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던 불가리아 간호사 5명과 팔레스타인 의사 1명을 사르코지의 요청에 따라 석방하기도 했다.

둘의 관계는 2011년 3월 카다피 정권의 리비아 반군 유혈 진압으로 얼어붙었다. 프랑스는 처음으로 반군을 리비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했었다. 이에 대해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은 유로뉴스 인터뷰에서 “사르코지는 리비아로부터 받은 대선자금을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소속인 프랑스는 카다피 정권을 수호하던 리비아군에 대한 공격을 주도하면서 2011년 10월 카다피 정권 전복에 일조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