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 불출석 MB, 법리적으로 매우 불리”

  • 문화일보
  • 입력 2018-03-21 14:16
프린트
법조계 “사실상 방어권 포기”
정치 보복 부각하려 꺼낸 카드
MB측 “소극적 항거 의미로”


110억 원이 넘는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열리는 구속영장 심사에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법조계에서는 21일 “법리적으로는 매우 불리한 판단”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을 감수하면서도 ‘MB 죽이기’라는 정치 보복 프레임을 최대한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실 이 전 대통령이 꺼내 든 ‘불출석’은 1년여 전 박근혜 전 대통령도 고민했던 카드다. 당시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항의를 표출하기 위해 영장심사에 나가지 않는 것을 고민했지만 그래도 직접 법원에 소명하는 기회를 놓치는 게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실제 영장심사에는 출석했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 발부까지도 짜여진 각본”(한 변호인)이라는 판단에 따라 불출석하기로 했다.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이 전 대통령 판단에 대해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커지는 등 법리적으로는 불리한 선택이라고 판단한다. 영장전담판사 출신 한 고등법원 판사는 “영장심사는 철저히 피의자만을 상대로 진행하는 제도”라며 “변호인만 출석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방어권 포기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한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판사는 검찰의 공세를 무작정 믿지 않고 피의자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피의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나 죄지은 거 맞으니 구속하십시오’라고 하는 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구속영장 심사 제도 도입의 산파 역할을 했던 황정근 변호사도 “본인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결과도 감수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의 불출석 전략은 법리보다는 정치적 선택이라는 게 법조계의 주된 해석이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더 부각하고 검찰의 짜맞추기식 수사에 대한 반발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검찰의 정치 보복 수사에 대한 소극적 항거의 의미로 이해해 달라”며 “법원도 검찰이 만들어 놓은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나가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모습을 판사에게 보여주지 말자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기·김리안 기자 mingming@munhwa.com
민병기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