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임 신고해도 수개월째 ‘무소식’… 근로감독관 늑장 민원처리 ‘원성’

김영주장관 “감독 강화” 불구
현장에선 제대로 시행 안돼
감독관 증원·전문화 급선무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대학생 A 씨는 지난해 9∼10월 두 달 치 급여를 받지 못했다.

참다못한 A 씨는 해당 지방노동청에 진정을 넣었지만, 근로감독관이 별다른 이유 없이 진정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당일 지급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비를 충당해야 했다. A 씨는 “지금도 진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시정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21일 노동계에 따르면 일선 사업장에서 정부의 근로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근로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 직후인 지난해 8월 “근로감독관들이 사후적인 임금 체불 사건 처리에 매몰돼 있고, 전문성도 높지 못하다”며 예방적 근로감독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장관의 ‘영(令)’이 현장 공무원들에 제대로 전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김 장관 취임 이후 지난 20일까지 고용부 ‘열린 장관실 게시판’에는 모두 519건의 게시물이 올랐다. 이 중 근로감독 관련 게시물이 93건(17.92%)에 달했다. 일부 게시물은 근로감독관의 징계 요구는 물론, 감독관 실명까지 게시하는 등 불만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근로감독관은 사업장의 근로감독과 신고사건의 접수 및 처리, 노동관계 법령 위반죄에 대한 수사 등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한다. 고용부는 근로감독관 한 명이 1730개 사업장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을 호소하고 있지만 부실한 근로감독은 고용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트리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기관 청렴도를 조사한 결과, 고용부 외부청렴도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하위권인 4등급(최하위 5등급)에 그쳤다. 지난해 고용부보다 낮은 등급을 받은 곳은 방위사업청뿐이어서, 부 단위 정부부처로는 꼴찌다. 지난 2015년 조사에선 근로감독 신고사건(3.78점／10점)과 근로감독 시정지시(7.97점) 항목이 가장 낮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부족한 인원과 과도한 업무로 인해 일부 부족한 서비스가 발생하고 있다”며 “근로감독관 인원과 전문성을 늘리겠다는 게 장관의 확고한 의지인 만큼 근로감독의 실효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말만 되뇌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