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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반도 정찰記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21일(水)
6·25 평양공습 記憶과 미·북 核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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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美, 휴전협상 난관에 北爆 단행
트럼프-김정은 “성공 확률 2%”
5월 정상회담 결렬 땐 大위기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한반도 평화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북한 비핵화와 그에 따른 종전(終戰)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원샷’으로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청와대에서 흘러나오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지지자가 ‘문재인 대통령 노벨평화상 추진위원회’ 결성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런 서울 일각의 분위기대로라면 ‘한반도의 봄’은 머지않아 보인다. 그러나 정반대로 회담이 결렬될 경우, 더 큰 위기가 불어닥칠 것을 염려하는 전문가도 많다. 김정은이 쉽게 핵을 포기할 리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은 이번 미·북 회담으로 구체적인 군축협상을 실제로 이룰 가능성은 2%에 불과한 것으로 예측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백악관 내부의 기류도 심상찮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트위트 해고 통보’를 받았다. ‘협상파’ 틸러슨 국무장관의 해임 통지는 부풀어 오르던 미·북 회담에 대한 장밋빛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었다. 물론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틸러슨 장관의 ‘멍청이(moron) 발언’과 국무부 장악 실패 등이 더 큰 원인이었다. 이는 협상파로 분류되는 국무부 관리들조차도 대부분 틸러슨 경질을 환영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심지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교체설도 불거져 나왔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강경파로 분류되기도 하나, 군사 옵션의 가벼운 사용을 반대한다는 점에서 ‘신중파’라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1991년 걸프전에 기갑 중대장으로 참전해 9대의 탱크로 80여 대의 이라크군 탱크·장갑차 등을 격파한 전쟁 영웅인 맥매스터는 ‘점진적 압박’은 잘못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군사 개입은 매우 신중해야 하며, 일단 결심하면 압도적 물리력으로 상대방의 저항 의지를 완전히 말살해야 한다는 군사 독트린의 신봉자다. 따라서 ‘코피 작전’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에 군 작전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백악관 민간인 출신 외교·안보 관계자들과 충돌하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실제로 맥매스터가 경질되고 존 볼턴 전 유엔대사 같은 강경파가 후임으로 오게 되면, 미국의 대북 군사 행동 가능성이 더 커진다.

그리고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신임 국무장관으로 지명되고 미·북 협상의 주역으로 떠오르자, 미·북 회담이 ‘스파이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협상 주역인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모두 정보기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폼페이오의 CIA 경력은 겨우 1년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또, 폼페이오는 군인 출신이라기보다는 보수주의 직업 정치인 출신으로 보는 편이 맞다.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를 수석 졸업하긴 했으나, 폼페이오의 군 생활은 만 5년 정도에 불과했다. 그리고 폼페이오는 하버드대 법대를 졸업한 뒤, 미국 보수주의 운동 후원자로 유명한 미국 재벌 코흐 형제의 재정적 후원으로 군수 협력 업체를 창업해 운영했으며, 이후 티 파티 운동과 복음주의 기독교 지원으로 3선 하원 의원이 됐다.

따라서 경력상 폼페이오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 국내 정치다. 지난 13일 ‘공화당의 텃밭’인 펜실베이니아주 18선거구에서 치러진 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박빙으로 승리했다. 물론 이번 보궐선거는 지난해 성 추문으로 사퇴한 공화당 후보 후임을 뽑는 선거이기에 공화당의 낙승이 힘들 것으로 예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 그리고 백악관 참모들이 총동원됐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한 것이다. 문제는 다가오는 11월 중간 선거다. 이 선거에서 참패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레임덕 현상에 빠질 수 있다. 아니, 심지어 트럼프 탄핵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인 만큼 5월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 결과는 트럼프 행정부에도 매우 중요하다. 이에 맥매스터 보좌관은 ‘김정은과 바로 만나는 것은 리스크와 불리한 점이 많다’고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협상의 달인답게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회담 결과가 신통치 않을 경우, 그만큼 상처도 클 것이다. 5월 회담이 ‘성과 없는 불편한 회동’으로 끝나면, 6·25전쟁과 베트남 전쟁 당시 그러했던 것처럼, 미군의 북폭(北爆) 가능성이 커진다. 6·25 최대 폭격으로 알려진 1952년 8월 29일 평양 대공습도 휴전회담이 난관에 부닥치자 실행됐다. 그때까지 미군은 군사적 목표물이 아닌 일반 도시에 대한 대량 폭격을 자제하고 있었다. 날씨는 따뜻해지고 있으나, 한반도 해빙은 아직 가마득하다. 자칫 잘못하면 얼음 숨구멍에 빠진다. 문재인 대통령 언급대로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아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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