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운명의 봄’>“한·미 ‘無조건’ vs 북 ‘5大조건’… 비핵화 전제 조율이 관건”

전문가들, 정상회담 전망·조언
“미군철수 등 北조건 대비해야”

우리 정부가 북측에 남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회담 제안 의사를 22일 오전 통지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비핵화,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 관계 개선 등 3대 의제의 축이 회담 테이블에 모두 오를지 주목된다. 큰 틀에서는 3대 의제가 모두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지만, 3대 의제 중 가장 주요한 의제인 비핵화에서 남북 간 이견이 드러날 경우 나머지 의제들에 대한 논의는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와 대북 전문가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3대 의제 가운데 남북 간 입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은 북한 비핵화에 관한 부분이다. 비핵화에 대해 북한은 ‘조건 있는 비핵화’, 우리 측과 미국은 ‘조건 없는 비핵화’를 표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3대 의제를 관철하기 위한 첫 관건은 남북 간 비핵화에 대한 의제 조율인 셈이다. 북한은 지난 2016년 7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비핵화를 위한 5대 조건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5대 조건은 △남한 내 미국의 핵무기 공개 △미국의 핵 타격 수단 한반도 미전개 △남측 내 핵무기 및 기지 철폐와 검증 △북한에 대한 핵 불사용 확약 △핵 사용권을 가진 주한미군 철수 선포 등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조건 없는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2016년 대북 대화 조건으로 모든 핵 활동 동결, 과거의 핵 활동 신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복귀를 제시한 바 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비핵화를 논의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북한의 방식으로 갈지, 조건 없는 비핵화로 갈지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그 비핵화를 풀어가는 과정에서는 아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경환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도 “북한이 핵 포기 조건을 걸고 있는 반면, 미국은 ‘행동을 봐야 믿겠다’고 하는 인식차가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 조건으로 제시한 군사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보장도 군사문제뿐만 아니라 인권 문제 등 정권 안전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위협 해소로 요구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우리 예술단의 4월 초 평양공연을 위한 사전점검단은 22일 오후 베이징(北京)에서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으로 들어간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6명으로 구성된 사전점검단은 공연이 예정된 동평양대극장과 류경정주영체육관을 방문해 조명과 무대, 음향 등을 점검한 뒤 24일 귀환할 계획이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