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봉·립스틱도 영수증 비교후 산다” 저소득 20代 ‘김생민’ 채팅방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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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아이디어 넘쳐
“3000원 틴트 사고 싶다에
입술 깨물어라… 혈색 돌것”

“2000원짜리 면봉 하나를 사더라도 채팅방에 올려요. ‘어딜 가면 1000원짜리가 있다’ ‘손가락으로 파라’ 등 다양한 답변이 올라오죠.”

최근 20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오픈 카카오톡 방이 있다. 바로 ‘고독한 김생민’ 방이다. 직장인 김주영(여·26) 씨는 이 방의 애용자다. 오픈 카톡방 정원은 최대 1000명. 원조 김생민 방은 순식간에 마감돼 들어갈 수 없었지만, 곧 수많은 유사한 채팅방이 생겨 김 씨도 한 곳에 가입할 수 있었다. 김 씨는 22일 “회사 동기 중에 고독한 김생민 방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이 없다”며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 헛되이 쓸까 봐, 뭐 하나 사고 싶을 때마다 이 방에 올리며 꾹 참는다”고 말했다.

고독한 김생민 방은 TV 프로그램 ‘영수증’ 진행자 김생민 씨의 이름을 땄다. 김생민 씨는 이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의 소비 성향을 분석,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게 돕는다. 방 참가자들은 서로에게 김생민 씨가 돼 준다. 누군가가 영수증 양식에 스마트폰 펜 기능으로 지출 내용과 금액을 그려서 올리면 ‘스튜핏(stupid)’과 ‘그뤠잇(great)’ 평가를 해 주는 식이다. 영수증 점검 외 사담은 일절 금지다.

최대 1000명이 있는 방부터 시작해 적게는 수십 명까지 수많은 사람이 서로 영수증을 검사한다. 3000원짜리 틴트(립스틱의 한 종류)를 사고 싶다는 영수증에는 “입술을 깨물어라. 혈색이 돌 것이다” “새 신발 사고 싶어요. 2만5000원”에는 “사봐야 아킬레스건에 피만 난다” 등 재기발랄한 답변이 줄을 잇는다. 손모(29) 씨는 “뭘 산 다음에 글을 올리기도 하지만, 사기 전에 주로 검사용으로 올린다”고 했다.

소득이 적은 20대들이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트렌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소비 구조의 특징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실질소비지출은 2007년 270만 원에서 2016년 230만 원으로 40만 원 감소했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대들의 소득이 늘지 않으니 소비지출도 떨어지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더욱 투자 대비 효율성이 높은 것을 소비하려는 성향, 즉 가성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