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후보 공천한 날 ‘울산 경찰’이 벌인 수상한 일

선거에서 엄정하게 중립을 지키며 부정과 혼탁을 차단·단속해야 할 경찰 일각에서 ‘표적 수사’ 논란까지 자초하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김기현 울산시장이 오는 6월 지방선거에 나설 자유한국당 시장 후보로 공천된 지난 16일 김 시장 부속실 등 사무실 5곳을 압수수색했다고 한다. 김 시장의 측근인 비서실장 등을 직권 남용 혐의로 입건한 만큼 수사 자체는 비판할 일이 아니지만, 공천 발표와 동시에 공권력을 행사한 시의부터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김 시장 주장이 일리 있게 들리게 한다.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30년지기로 알려진 송철호 변호사를 지난해 12월 등 수차례 만났고, 그 직후인 지난 1월 해당 사건 수사를 본격화했던 것도 수상하긴 마찬가지다. 송 변호사가 더불어민주당의 시장 후보로 선정되기에 앞서 출마 선언을 한 시점과도 겹친다. 모두 우연의 일치로 돌리기는 석연찮다. 황 청장은 “인권 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자문하기 위해 만났다”며 선거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분이라고 해서 검찰 개혁에 대해 말씀 드렸다”고 밝힌 것부터 공식 통로 아닌 ‘사적 통로’를 더 중시했다고 자인한 셈이다. 검찰 수사권의 경찰 이관을 끈질기게 주장해온 황 청장이 문 대통령 측근에게 ‘정치적 로비’를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선거를 앞둔 시기의 경찰이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자계(自戒) 하지 않으면 도리어 선거 혼탁을 부추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