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미·중 통상전쟁은 한국에 양면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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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원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경제통상연구부장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와 10%의 관세를 일괄적으로 부과하기로 결정한 이후 미 국내는 물론 우방들도 비난이 거세다. 미국 내 비난 논리의 핵심은, 고율의 관세 부과는 결국 철강을 사용하는 자동차·조선·건설 등 산업의 제품 가격을 상승시켜 이들 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감소시킬 것이며, 미국 소비자들에게 가격 상승 부담이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1·2·3위 대미 철강 수출국은 캐나다·브라질·한국이며,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철강은 1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하지만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중국 철강을 가공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는 게 문제임을 언급했다. 결국, 철강 고율 관세 부과 조치는 중국의 과잉 철강 생산이 문제임을 확인한 것이다. 지난 20일 폐막된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는 “미·중 간 무역전쟁은 승자가 없을 것이므로 피해야 한다”고 유화적으로 언급했다.

미·중 간 무역분쟁과는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명한 ‘대만여행법’을 둘러싸고 대립이 격해지고 있다. 대만여행법은 대만 고위급 공무원이 미국을 방문해 정부 관리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는 법안이다. 그간 대만 관리들이 미국을 방문할 때에는 민간단체 초청 등 우회적인 방법을 이용해 왔는데 대만여행법이 서명됨으로써 대만 관리들의 미국 정부 인사 면담을 쉽게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에 서명한 직후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의 대만 방문이 전격적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분열행위를 용납할 수 없으며 하나의 중국 원칙”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중국은 지난 20일 랴오닝 항모를 대만해협으로 전격 진입시켜 미국에 경고했다. 중국은 미국의 최근 조치들에 대해 무역에 대해서는 유화적으로, 영토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무역과 영토 문제를 분리,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미·중 간 무역전쟁은 어디까지 갈 것이며,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어떠할까. 무역 분야에서 미·중 양국은 서로 상대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 가진 수단은 미국이 중국 제품을 소비하는 주요 시장이라는 점이다. 또, 미국은 달러로 결제가 이뤄지는 금융 체제를 갖고 있는데, 중국이 1억 달러 상당의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면 그 대금은 달러로 결제되며, 미국 은행과 재무부가 달러화 결재권을 갖고 있다.

중국도 미국에 대한 대응 수단이 있다. 중국은 약 1조 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 중앙은행이 이 중 약 100억 달러를 매각한 것은 대미 경고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또 미국산 농산품을 수입하고 있으며, 미국산 민간 항공기를 대규모로 구입하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미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미·중 간 무역전쟁은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매년 대중 무역적자가 3000억 달러에 이르는 현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무역에 단호한 입장을 표명하는 점은 이해가 되나, 미국이 기본적으로 소비국가이고 중국은 생산국가라는 현실을 크게 바꾸긴 어려울 것이다. 미·중 간 무역분쟁이 격화할수록 한국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무역 구조다. 캐나다·멕시코·호주처럼 한국도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로부터 면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다양한 품목에서 우리에게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선제적이며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