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아닌 ‘직장人 경찰’… 생생한 묘사에 시청률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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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드라마 ‘라이브’

‘정의실현’ 틀에 박힌 모습 빼고
사사건건 실수 연발 ‘고문관’
상사가 시키면 무조건 “예스”
노희경 작가 “현장감 최대 반영”

“허무맹랑한 수사물도 아니고, 17대1로 싸워서 범인을 제압하진 않지만 현실을 잘 반영한 것 같습니다.”

18일 tvN 토일극 ‘라이브’(극본 노희경·사진)의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경찰 지구대를 배경으로 삼은 이 드라마를 설명하는 더 없이 적절한 소감이라 할 수 있다.

경찰이 등장하는 기존 수사물은 ‘수사반장’ 이후 일관된 모습을 보였다. 정의로운 형사가 도무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사건을 단박에 해결한다. ‘일당백’이라 불릴 만한 경찰의 주먹 앞에 악당들은 갈대처럼 드러눕는다. 요즘은 미국의 ‘CSI’ 뺨치는 과학수사로 치밀하게 범죄를 은폐하려던 이들의 손목에 쇠고랑을 채운다. 정의는 실현되고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반면 ‘라이브’는 직업의 한 종류로서 지구대에서 일하는 경찰의 생생한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은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이들과 옥신각신하고, 취객들에게 봉변을 당하며 토사물을 치우기 일쑤다.

열혈 선배 형사는 항상 ‘사명감’을 외치지만, 공무원으로서 안정적인 근로 환경을 보장받는 차원에서 경찰에 지원한 주인공 염상수(이광수)와 한정오(정유미)는 ‘직장인’에 가깝다. 결국 사사건건 실수를 범하는 염상수는 고문관으로, 지나치게 ‘예스’를 외치는 한정오는 성과지상주의자로 평가절하될 뿐이다.

실제로 경찰 지구대 근무자들과 만나며 1년 넘게 소재를 모은 노희경 작가는 “다른 장르물은 사건이 중심이고 사건을 풀어가는 영웅이 있지만, ‘라이브’는 대다수의 국민과 다르지 않고 최전방에서 스스로를 ‘총알받이’라고 하는 지구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현장감 있게 다룬다”고 밝혔다.

현실에 발붙인 경찰 이야기에 대중도 호응했다. ‘라이브’는 방송 4회 만에 전국 시청률 5.8%(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팍팍한 사회를 살아가는 사회초년병으로서의 경찰에 감정을 투영하다 보니 방송 초반 대학 내 시위 현장을 그리는 과정에서 경찰을 미화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