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프로파간다와 정치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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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 사진에 대하여 / 발터 벤야민 지음, 에스터 레슬리 엮음, 김정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현대 철학과 미학의 선구자 발터 벤야민의 유년기에 이미 사진은 일상과 예술, 기술, 언론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전통 회화와 예술이 사진에 위협받을 때 혼란스러움을 짐작할 수 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예술의 영역으로 들어올 때 우리가 느끼는 혼란과 비슷할 것이다. 유럽 모더니티의 비평을 연 벤야민이 사진과 사진가들의 작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벤야민은 사진 기술과 복제 이미지, 피사체로서의 인간, 사진을 보는 시선, 사진의 시간성, 사진가의 경제적 상황, 회화와 사진의 관계, 아우라 개념과 사진 등에 대한 글을 썼다. 이 책은 벤야민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마련한 영국의 정치미학자 에스터 레슬리가 벤야민의 사진 관련 글 일곱 편을 선별해 자신의 해석을 덧붙인 것이다. 벤야민은 현실을 기만적으로 재현하거나 이상화하는 기존 예술에서 벗어난 사진의 재현적 기능과 폭로적 기능에 주목하면서 사진의 정치적 가능성, ‘혁명적 사용 가치’를 모색한다. 그러면서도 다가올 파시즘의 시대를 예견하듯이 권력자와 예술지상주의에 의해 사진이 프로파간다로 오용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244쪽, 1만5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