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前대통령 구속>MB, 檢의 방문조사도 ‘보이콧’ 방침… “더 이상 무의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한밤 구속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0시 5분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나와 측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울동부구치소로 가는 차를 타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향후 재판도 주 2회 고수할 듯

이명박 전 대통령이 향후 검찰 조사를 ‘보이콧’할 방침인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1년 전 이맘때 구속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정치보복’ 프레임을 본격화하며 검찰에 날을 세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이 전무한 상황에서 이 같은 전략이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란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 측에 따르면, 향후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소환하거나 구치소로 직접 방문조사를 시도할 때 ‘거부’한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구속된 피의자는 검찰이 수시로 불러 조사한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본인의 의사 등을 고려해 검찰이 구치소로 직접 가서 조사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검찰 수사에 대한 보이콧 방침을 정한 데에는 검찰이 짜놓은 틀을 가지고 보복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에 앞서 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뇌물수수 혐의 등이 언론에 공개되는 등 검찰의 ‘망신주기’가 도를 넘었다는 게 내부적 기류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검찰의 소환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을 충실히 밝혔다. 더 이상의 조사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이 현재로선 확고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음 주 초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때 이번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추가 뇌물수수 혐의 등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로선 구치소 방문조사를 유력하게 검토하는 가운데, 이날 중 검찰 조사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의사를 들어본 뒤 조사 방식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불응하겠다고 직접 언급한 건 아니지 않으냐. 본인의 의사를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여러 차례 조사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주 2회 재판을 고수하며, 법원이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재판에 불출석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주 4회 재판 강행에 대한 항의 표시로 자신의 재판을 보이콧했던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뒤따라가는 모습이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