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스파이독살 배후는 러시아” 만장일치 지목

투스크 정상회의장 트위터서
“28개국 英 입장 지지” 성명
일부국가 러외교관 추방 검토
언론 “메이 총리의 승리” 평가

유럽연합(EU) 소속 28개 전체 국가가 22일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독살시도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자국 대사들을 러시아에서 소환하기로 했다. EU 소속 몇몇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자국 내 러시아 외교관 추방 등의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가 유럽 전체로 확대되는 상황도 배제하지 못해 EU-러시아 갈등이 일촉즉발 위기 상태로 치닫고 있다.

2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EU 소속 28개국 지도자들은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 딸을 향한 독살시도 사건에 러시아 정부가 책임이 있다는 영국 정부의 판단에 동의한다. 그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우리는 공동 안보에 대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영국과 전폭적인 연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자국대사 소환 조치에 대해 “대사들과 함께 관련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U 소속 국가 다수는 러시아에 대한 자체적 제재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옛 소련 영토였던 리투아니아의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은 “러시아 스파이들과 외교관들을 추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고 폴란드도 그와 같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관은 “몇몇 국가 사이에서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해 뭔가를 함께할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EU 소속 28개국의 공동 성명은 향후 러시아에 대한 EU 차원의 공동 대응을 위한 논의의 문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로이터통신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승리”라고 평가할 만큼, 이번 공동성명을 이끈 것에는 메이 총리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메이 총리는 러시아에 대한 보복 조치를 EU 차원으로 확대하기 위해 EU 국가 정상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돌리면서 설득작업에 나섰다. 메이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는 국경을 존중하지 않고 영국에 아주 무모하고 뻔뻔한 공격을 행했다. 이번 독살시도 사건은 유럽과 이웃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 패턴이었다는 것은 명백하다. 이 중대한 도전에 함께 맞서자”며 러시아 외교관 추방 조치를 촉구했다.

여기에 프랑스, 독일 등은 강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지만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그리스, 이탈리아 등은 한때 러시아 편을 들어왔다. 러시아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알렉산더 야코벤코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는 22일 “영국이 국제사회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