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시대 ‘망 중립성’ 깨지나

자율주행차·스마트팩토리…
B2B 활발해져 차별화 불가피
인터넷사업자 “망 중립 훼손땐
이통사 줄세우기 나타날수도”

5세대(G) 네트워크 시대를 앞두고 망 중립성 논란이 일고 있다. 5G 시대에는 데이터 내용이나 유형에 대해 차별 없는 네트워크를 제공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개념이 재정의될 수밖에 없다는 게 논의의 초점이다. 이동통신사와 다른 기업 간(B2B) 서비스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5G의 경우 서비스별 수요와 특징에 따라 네트워크 차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5G 시대에는 B2B 서비스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차나 스마트팩토리 등이 대표적이다. 4G 롱텀에볼루션(LTE)이 모바일 인터넷 등 이동통신사와 가입자 간(B2C) 서비스에 그쳤던 것과 다른 점이다. 막대한 구축 비용에도 불구하고 5G가 이통사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B2B 서비스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5G의 경우 가상화를 통한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말 그대로 하나의 네트워크를 마치 여러 개처럼 쪼개 사용한다는 의미다.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이용하면 자율주행차나 스마트팩토리 등 이른바 ‘초민감 서비스’의 경우 일반 전송에 앞서 최우선 전송이 가능해진다. 단순 모니터링에 사용되는 사물인터넷(IoT)과는 달리 결코 지연돼서는 안 되는 해당 서비스들의 성격을 감안할 때 이는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KT가 전날 기자 간담회를 통해 밝힌 ‘5G 통합 플랫폼’ 역시 가상화를 통한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해 B2B 서비스별로 최적화된 네트워크를 제공, 자율주행차 등 서비스 태동에 기여함과 동시에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이는 KT 뿐만 아니라 모든 이통사가 5G 시대 수익성으로 기대하고 있는 부문이다. 문제는 이 경우 서비스별 네트워크 차별이 불가피해 현재 망 중립성 개념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계적으로 망 중립성을 고집하면 새로운 5G 서비스 시장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토론회에서 “5G에 맞는 망 중립성 개념과 서비스별 적용 범위에 대한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인터넷 사업자들은 망 중립성 개념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망 중립성이 훼손되면 모든 산업에 대한 이통사의 ‘줄 세우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