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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회평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26일(月)
구조조정 또 흔드는 官製신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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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위기의 한국GM, 금호타이어
자구노력이 생존의 열쇠지만
노조는 설마 어쩌겠느냐 배짱

産銀 가성비論으로 지원 시사
대통령 개헌안에 노동계 고무
잘못된 메시지로 교란 말아야


구조조정 태풍의 한가운데에 선 한국GM, 금호타이어가 좀처럼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군산공장 폐쇄라는 초강수로 초반 주도권을 잡은 GM은 부평·창원 공장 철수와 신차 배정이라는 상반된 패를 들고 한국정부 지원, 노조의 고통 분담을 압박하는 중이다. 금호타이어는 채권단이 중국 기업 더블스타에 매각하기로 결론을 냈으나 노조의 극력 반대로 성사가 불투명하다. 오는 30일까지 노조가 자구안을 내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GM이 한국시장에서 발을 빼거나 금호타이어 매각이 불발되면 이 두 기업은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한국GM에는 9만4000개, 금호타이어엔 2만 개의 일자리가 걸려 있다.

위기를 벗어날 키를 쥔 쪽은 노조다. 수긍할 만한 자구노력 없이는 설령 GM이 남고, 금호타이어 주인이 바뀌더라도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GM의 고비용·저생산성 구조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고질이긴 하지만,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11.4%로 같은 외국계 업체인 르노삼성의 4.4%보다 2배 이상 높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한국GM 노조는 임금동결을 받아들이면서도 1인당 3000만 원 주식 분배, 10년간 정리해고 금지, 정년 65세 연장 같은 요구안을 보란 듯이 내놓았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찾아온 더블스타 회장을 두 번 문전축객하며 법정관리로 가도 상관없다는 기세다. 이런 두둑한 배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당장 6월 지방선거가 있다. 선거를 앞두고 호남과 인천, 경남 지역 민심을 거스르면서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겠느냐는 기대감이 엿보인다. 더구나 친노(親勞) 정책으로 일관해온 문재인 정권 아닌가. 아직은 구조조정 원칙을 강조하는 정부지만, 결정 시한을 앞두고 수상한 신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두 기업 운명 결정권이 있는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15일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근로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원론으로는 백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언급은 노조의 반대 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들린다. 20일엔 ‘가성비론’을 폈다. 한국GM에는 ‘5000억 원 들여 10만 개 일자리를 5년이라도 유지하는 것’이, 금호타이어엔 ‘2000억 원 지원해 2만∼3만 개 일자리를 3년간 지키는 것’이 가성비로 낫지 않으냐는 것이다. 구조조정에서 정부 대행자 역할을 해온 산은이다.

그때쯤 문 정부는 대통령 개헌안을 통해 더 화끈한 메시지를 전했다. 개헌안은 단체행동권의 범위를 기존 ‘근로조건의 향상’에서 ‘노동조건의 개선과 그 권익 보호’로 확장하는 등 노동권을 대폭 강화했다. 정리해고 반대 파업도 합법성을 얻을 수 있고, 기업 구조조정은 훨씬 어려워진다. 개헌 여부와 무관하게 문 정부가 ‘우리는 노동자 편’이라고 커밍아웃한 것이 중요하다.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현시점에선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노조 지지 선언과 다름없다.

정부와 국책은행은 제때 결단하지 못 하고 질질 끌다가 적기를 놓치기 일쑤였다. 철저히 시장과 기업경영 시각에서 판단할 일에 정략·지역 정서가 끼어든 탓이다. 2010년 자율협약(워크아웃)에 들어간 성동조선은 이듬해 회계법인 실사에서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게 나왔으나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믿을 수 없다며 다른 곳에 실사를 맡긴 끝에 지원을 이어갔다. 지난해 실사에서 또 청산가치가 더 높게 나왔지만, 새로 출범한 문 정부가 처리를 미루다 올해 초 재실사를 통해서야 법정관리 신청으로 결론이 났다. 8년간 투입된 혈세가 4조 원이다.

구조조정은 기업을 죽이자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살 수 있게 경쟁력을 키우는 작업이다. 당장의 일자리 축소 부담과 지역 여론을 의식해 결단을 미루면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일자리 본거지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지금 회생의 키를 쥔 노조에 고통 분담을 강력히 촉구해도 모자랄 판에 현명한 선택을 방해하는 관제(官製) 메시지를 내보내면서 리스크를 더 키우는 양상이다. 문 정부가 그토록 받드는 노동권도 일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세계 경쟁국들은 노조의 권한을 줄여 유연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고용 친화 정책을 펴고 있다. 4차 산업혁명기에는 기업의 자율과 창의가 일자리 창출의 근원이 된다. 공장시대 사고의 틀에 갇혀 기득권 노조의 기만 살려주는 식의 정책으론 일자리도, 진정한 노동권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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