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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허민 선임기자의 정치 카페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26일(月)
수감 이병기 “이렇게 되려고 70 평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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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전 실장 “이젠 전과자”
관행적 적폐로 수감…우울증
수사때부터 극단적 선택 우려

정의용과 한솥밥 먹었던 사촌


“내 70평생이 이렇게….”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장을 지내면서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등의 혐의로 구속수감 중인 이병기(사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근 면회 온 지인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눈물을 쏟았다. 이 실장은 경기도 의왕에 있는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지낸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적폐청산’의 바람이 휘몰아쳤고 이 전 국정원장도 그해 11월 14일 검찰에 긴급 체포된 뒤 이곳으로 왔다. 이 실장은 특활비 ‘상납’과 ‘요구’라는 두 개의 고리를 다 갖고 있다. 국정원장 시절엔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했고, 비서실장 시절엔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를 받았다. 오랜 관행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거센 바람에 맞서기에는 부족했다. 그래서 파렴치한 공직자나 기업인에게 어울릴 듯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뇌물공여,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지인에 따르면 이 전 실장은 독방에서 홀로 식사를 하고 오전 오후 한 차례씩 ‘피자 조각’처럼 생긴 좁은 땅을 왔다 갔다 한다. 이게 바깥 생활의 전부다. 수감된 뒤 기력이 달리고 몸이 쇠약해진 상태다. 면회한 지인이 “팔굽혀 펴기도 하고 근력운동을 하시라”고 권하자 이 전 실장은 “사회에 나가도 난 이제 전과자다. 내가 근력운동 해서 뭐하겠나”라고 답했다. 이 전 실장은 “내가 이렇게 되려고 70평생을 살아왔나”라며 눈물을 쏟았다. 함께 면회했던 이 전 실장의 부인도 눈시울을 붉혔다.

이 전 실장은 정의용 대통령 안보실장과 이종사촌 사이다. 어릴 때 이모네인 정 실장 집에서 기거하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한 살 위의 정 실장이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외교관(외무고시 5회)의 길을 걷자 이 전 실장도 같은 학교 같은 과를 졸업하고 외무고시(8회)에 합격했다. 정 실장이 외교무대를 누비는 동안 이 전 실장은 정치무대에서 활동했다. 18·19대 대선 때 정 실장은 문재인 후보를, 이 전 실장은 박근혜 후보를 도우면서 한 차례씩 뒤바뀐 운명을 맞봤다.

지난해 검찰은 이 전 실장이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어 신병을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면회한 지인도 “(이 전) 실장님이 우울증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넉넉하고 친화력 강한 스타일이다. 정치권 평판도 좋은 편이다. 오래전 사석에서 만났던 그가 “권력은 불과 같아서 너무 멀면 춥고 너무 가까우면 타죽는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minski@munhwa.com
e-mail 허민 기자 / 정치부 / 부장 허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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