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評>유튜브 성장과 한국의 미디어市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콘텐츠 생산·유통·소비 급변
매스미디어에서 개인化 뚜렷
4차 산업혁명 맞물려 가속화

온라인에선 유튜브 중심 재편
구글稅와 상생 방안 고민할 때
국내 기업 과감한 혁신도 절실

최근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미디어 콘텐츠 생산, 소비 그리고 유통의 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일단 스마트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으로 대변되는 기술의 혁신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빠르게 열면서 미디어 생산 현장에도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그 결과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대안적인 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했고, 이러한 대안 미디어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1인 미디어 생산자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또한, 1인 미디어 생산자를 돕는 일종의 기획사 역할을 하는 MCN(다중채널 네트워크)과 같은 새로운 미디어 사업자도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모바일 네이티브가 보편화하면서 미디어 소비 행태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TV 또는 컴퓨터 등 하나의 스크린에서 콘텐츠를 소비했다면 지금은 인터넷에 연결된 다양한 기기에서 끊임없이 콘텐츠를 이용하는 이른바 ‘N-스크린 환경’이 도래했다. 정해진 시간에 편성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시청하기보다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기기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면서 미디어 소비자들은 매우 이질적으로 변했고, 자연스럽게 전통적인 매스 미디어 콘텐츠의 소비는 줄었다. 또한, 전통적인 미디어의 콘텐츠를 소비할지라도 비실시간에 보거나 몰아 보거나 끊어 보거나 동시에 보는 게 일상화했다. 아울러 이동시간 등 짧은 시간에 드라마, 웹툰, 카드뉴스 등의 가벼운 콘텐츠를 쉽게 즐기는 ‘스낵컬처’가 새로운 미디어 소비 행태로 자리 잡았다.

결국, 미디어 환경은 매스 미디어 중심에서 1인 미디어 등의 대안 미디어 중심으로 급속 진화하면서 스낵컬처로 대변되는 새로운 미디어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 문제는, 지상파 방송사 등 전통적 매스 미디어가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변화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의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이 미디어 유통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미 국내 온라인 미디어 시장은 유튜브 중심으로 재편됐다. 최근에 발표된 시장조사업체 오픈서베이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는 네이버와 페이스북을 제치고 남성과 여성 모두가, 그리고 연령대별로도 20대와 30·40·50대 모두가 가장 선호하는 소셜미디어로 자리 잡았다. 특히,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의 ‘Z세대의 스마트폰 이용 행태 분석’ 보고서를 보면,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의 유튜브 이용 비율은 86%로 다른 세대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 미디어 이용자들은 흥미 위주의 영상 콘텐츠를 단순하게 소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서도 유튜브를 주로 이용한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을 기준으로 할 때 이용자들이 한 달간 앱을 이용한 시간은 유튜브가 257억 분으로 가장 많았다. 유튜브가 앱 이용 시간에서도 카카오톡, 네이버, 페이스북을 넘어선 것이다.

매스 미디어의 효용이 감소하고 스낵미디어의 비중이 높아지는 흐름 속에서 유튜브가 국내 미디어 유통의 중심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곧 유튜브가 미디어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양측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했다는 의미이며, 주요 미디어 수익 모델인 광고시장에서도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도 유튜브는 국내 매출액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세금 회피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국내 인터넷 기업과는 달리 개인정보보호법 등 각종 규제를 실제적으로 피하면서 역차별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유튜브가 막대한 인터넷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통신사업자에 대한 보상을 회피해 무임승차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라도 유튜브는 ‘기업시민’으로서 기본적인 실적을 공개하고 납세 의무에 충실해야 하며, 그 위상에 걸맞게 국내 미디어 생태계 기업들과 상생(相生)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국내 미디어 기업들이 유튜브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유럽처럼 ‘구글세(Google tax)’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는 국내 미디어 기업들이 유튜브를 넘어설 수 있는 과감한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다. 유튜브 말고도 국내 시장을 노리는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은 앞으로 계속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