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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현종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28일(水)
洪대표가 달라져야 야당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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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野에 때아닌 ‘연탄가스’ 논쟁
朴·李 수감, 지지율 정체 난국
서울시장 후보감도 못 구해

洪대표, 중진과 싸움 멈춰야
보수 대통합으로 활로 열 때
존재감 野가 역사 불행 막아


지난 1995년 치러진 제1회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민주자유당에서 정원식 후보, 민주당에서 조순 후보, 무소속 박찬종 후보가 출마해 3자 구도로 서울시장 선거가 치러졌다. 당시 박 후보는 ‘무균질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로 돌풍을 일으켰다. 선거 운동 중 ‘촌철살인’ 논평으로 이름을 날리던 박희태 당시 대변인은 박 후보를 겨냥, “틈만 나면 비집고 들어오는 연탄가스 같은 정치인”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선거 결과 조순 후보가 42%를 얻어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2위를 여당의 정 후보(20%)를 밀어내고 33%를 얻은 박 후보가 차지했다. 그러나 ‘연탄가스’로 이미지를 구긴 박 후보는 이후 정치권에서 존재감을 잃어갔다.

2010년 지방선거와 이듬해 경남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유시민 전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참여당이 후보 단일화를 이뤄냈음에도 선거에 잇달아 패하자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의총에서 “소리도 냄새도 없이 스며드는 연탄가스”라고 유 전 의원을 비난했다. 어쨌든 ‘연탄가스’의 치명적인 위력 탓인지 박·유 전 의원은 이후 정치권을 홀연히 떠났다.

정치권의 ‘연탄가스’ 논쟁이 이번엔 자유한국당에서 불거졌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 영입이 지지부진하자 당 중진들이 홍준표 대표를 겨냥, 비판을 쏟아냈다. 발끈한 홍 대표는 페이스북에 “한 줌도 안 되는 그들이 당을 이 지경까지 만들고도 반성하지 않고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을 이젠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바퀴벌레’도 모자라 이젠 중진들이 연탄가스 신세가 됐다. 정우택·나경원 의원 등 중진들은 함께 모인 자리에서 ‘바퀴벌레가 연탄가스에 죽나 안 죽나’를 놓고 농담처럼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당 소속이었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동시에 구치소에 수감돼 있고, 지지율이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제1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논쟁의 수준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홍정욱 전 의원, 이석연 전 법제처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병준 전 부총리 등 홍 대표가 접촉하는 인사마다 서울시장 출마를 고사해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조롱받고 있다. “후보가 없으면 홍 대표라도 나서라”는 중진들의 요구도 무책임하다. 벌써 홍 대표 주변에서는 지방선거에 패배하더라도 조기 전당대회를 소집해 당권을 다시 잡아 2020년 총선 공천권 행사를 하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불과 몇 년 전 만 해도 지금의 여당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탓하며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다. 친노·비노의 치열한 내분은 지금의 야당보다 더 심했으면 심했지 약하진 않았다. 그러던 진보 진영은 이·박 전 대통령의 비리와 실정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끝내 결별하긴 했지만, 안철수 세력 등을 포괄하는 등 야권 통합의 노력도 보여줬다. 대선 후보군(群)도 다양해 당내 정치가 그런대로 살아 움직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 전 대통령 탄핵이 결정적이었지만 결코 우연은 아니었다. 이 전 대통령이 결국 구속에 이르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어떻게 부활했는지 한국당은 배워야 한다. 우선, 홍 대표는 당 중진들과 막말 싸움을 멈춰야 한다. 장수(將帥)는 전선을 많이 만들면 필패한다. 다음 총선까지는 미우나 고우나 이들과 함께 정치를 풀어갈 수밖에 없다. 연탄가스 소리를 들으며 자존심이 상한 중진들이 홍 대표를 돕고 싶겠나. 그들에게 역할을 주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오죽 답답하면 ‘준표가 달라졌어요’라는 쓴소리 토크쇼까지 열겠다고 하겠나. 홍 대표의 최종 목표는 대권이지만 그 길은 혼자 갈 수 없는 길이다. 많은 사람에게 성장할 기회를 줘야 홍 대표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예전에는 진보가 분열로 망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보수가 그 모양이다. 보수 대통합이 없이 한국당이 활로를 찾기는 어렵다. 감정의 앙금은 묻어두고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 안철수 전 대표를 찾아가 소주라도 한잔하며 속 깊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 다른 야당의 맏형 노릇이 홍 대표가 해야 할 일이다. 지금 청와대와 여당의 눈에는 야당이 안중에 없다. 홍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상승의 공신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지금 야당이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면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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