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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28일(水)
“親北·反韓인사” vs “분단 희생양” 갈리는데… 尹이 處染常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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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경남 통영시 도남동 통영국제음악당 뒤편에 조성된 윤이상 묘역. 작은 향나무와 너럭바위가 놓여 있고 옆으로 통영 앞바다가 보인다. 윤이상의 유해는 지난 20일 너럭바위 아래 안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윤이상 유해 ‘기습 안장’ 논란

49년 만에 귀향한 작곡가 윤이상.
그의 유해 안장을 놓고 고향 통영이 시끄럽다.
보수 단체는 “간첩을 시유지에 안장하면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고,
찬성 단체는 “왜곡된 부분이 많고 음악가로만 평가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양측의 대립은 이틀 뒤 열리는 추모식에서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이날 행사가 그를 받아들이는 ‘통과의례’가 될지,
논란을 증폭시키는 ‘도화선’이 될지 주목된다.

유해귀향 후 찬-반 갈등 심화
반대단체 “김일성 찬양 간첩”
환영단체 “예술가로 평가를”

30일 통영음악제 맞춰 추모식
보수측 반발… 갈등 증폭 우려


경남 통영시는 오는 30일 오후 2시 통영국제음악당 뒤편 묘역에서 윤이상 선생의 추모식을 열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독일 베를린 가토 공원묘지에서 발굴해 지난달 25일 들여온 윤이상 유해는 지난 20일 딸 윤정 씨 등 유족이 참석한 가운데 묘역에 안장됐다. 하지만 보수 단체의 반발 등을 고려해 안장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윤이상 묘역은 그를 기리기 위해 2013년 준공된 통영국제음악당 뒤편 시유지에 조성됐다. 묘역은 “통영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묻히고 싶다”던 그의 소원대로 양지바르고 반짝이는 통영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자리 잡았다. 묘역에 서면 파도 소리와 갈매기 소리는 물론 어선이 지나가는 소리까지 들린다. 타원형 형태의 묘역은 98㎡ 규모로 주변에 나무로 펜스를 쳐놓았다.

이곳에는 1m가량의 조경용 향나무와 윤이상의 이름이 새겨진 너럭바위가 놓여 있다. 바위에는 ‘處染常淨(처염상정)’이 한자 초서체로 적혀 있고 아래에 ‘윤이상 ISANG YUN 1917-1995’가 새겨져 있다. 윤이상 유해는 너럭바위 아래에 자연장 형태로 안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처염상정은 ‘더럽고 지저분한 곳에 처해 있어도, 결코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연꽃’을 상징하는 말이다.

윤이상의 유해는 비공개로 안장됐지만, 여전히 편히 쉬지 못하고 있다. 보수 단체는 그의 유해가 통영으로 온 후부터 한 달째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유해 안장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24일과 25일에도 반대 단체들이 통영시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유해 안치 반대 시위를 벌였다. 윤이상 묘소 반대운동을 이끄는 박순옥 천만인서명운동본부 운영위원은 “윤이상은 죽는 순간까지 자유대한민국을 거부하고 김일성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빨갱이였다”며 “공산당 윤이상의 유해는 한 번 안장하면 10년이고 20년이고 갈 것이기 때문에 결사적으로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막이 나라사랑통영사랑 대표도 “윤이상은 김일성을 찬양했고 대한민국을 부인한 간첩이었다. 그런데 간첩을 이순신 장군의 얼이 살아 있는 통영에 안치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청정 통영애국시민 상임공동대표 역시 “친북 반한 활동을 한 간첩 윤이상의 유해를 정권이 바뀌었다고 국내로 들여와 안장하는 것에 강력 반대한다”며 “특히 이런 인물을 시유지인 통영국제음악당에 묘를 쓰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지난달 25일 이수자(가운데) 씨가 독일에서 들여온 남편 윤이상의 유해를 안고 김동진 통영시장과 함께 통영시추모공원 내 공설봉안당으로 향하고 있다.(왼쪽 사진) 연합뉴스 지난 26일 보수 단체 회원들이 통영시청 앞에서 ‘윤이상은 생사도 모르는 통영의 딸 살려 돌려보내기 전에는 통영땅을 밟지 못한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윤이상 유해 안장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오른쪽) 김호웅 기자

윤이상 귀향 환영 단체들은 ‘환영’ 현수막 달기 등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시민단체인 ‘통로(통영에서 길을 찾다)’는 시민 이름을 적은 윤이상 귀향 환영 현수막 50개를 통영시 강구안 문화마당에 게시해 윤이상 귀향 환영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진우(85) 통로 기획총무는 “이념 논란이 있지만 당시 시대적 배경을 따지고 봐야지 한 부분만 보면 왜곡되고 오해가 되는 부분이 많다”며 “49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윤이상 선생님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기획 본부장은 “윤이상 선생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맞지만, 남북이 모두 내 조국이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었고 음악적 영감을 얻기 위해 방문한 것이지 정치활동을 하기 위해 북한에 간 것은 아니다”라며 “선생은 한민족의 통합을 위해 노력했는데 단지 북한을 방문했다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의견도 “북한에 통영의 딸을 팔아먹은 사람 아니냐”는 말부터 “이제 죽은 사람인데 다 잊고 고향에 묻히면 어떠냐”는 말까지 분분하다. 시민 강정미(여·57) 씨는 “몇 십년간 김일성을 추종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애국자가 윤이상이었다”며 “묘가 만들어지면 윤이상의 행적을 모르는 젊은 사람들은 세계적 작곡가로 칭송할 것인데 그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선옥(여·70) 씨도 “통영의 딸 신숙자 씨와 가족을 월북시켜 놓고 자신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고향 땅으로 돌아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먼저 신 씨 가족이 어떻게 북으로 갔는지 그리고 송환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도남동에서 만난 김순선(여·71) 씨는 “살아 계시는 것도 아니고 과거는 과거이니 넘어가는 게 맞고 고향에 왔으니 묘를 쓰는 것도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해식(64) 씨도 “이념 논란이 있어서 그렇지 세계적 작곡가 아니냐. 묘지가 있으면 관광 상품도 된다. 득이 있지 실은 없을 것”이라며 “북한에 가서 김일성 만나 곡도 많이 써주고 했지만, 사상을 떠나서 예술로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해진(여·38) 씨는 “피부관리실을 12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오시는 어르신들이 윤이상을 간첩이라고 한다”며 “나는 이미 돌아가신 분이고 업적도 있으니 묘지를 쓰는 것에 문제가 없고 통영 관광에 도움이 되면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이상 유해 이장 및 이름 찾기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후반부터 본격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지난해 7월 5일 독일 베를린 가토 공원묘지를 찾아 윤 씨의 묘소를 참배했다. 이후 윤이상의 부인 이수자 씨가 유해를 고향에 묻을 수 있게 해달라고 통영시에 요청했고, 외교부가 베를린시와 협의해 이장을 성사시켰다.

그를 기념해 통영에 지어진 기념관도 지난해 이름을 바꿔 달았다. 이 기념관은 2011년 개관 당시 윤이상 이념 논란으로 ‘도천테마파크’로 이름 붙였으나, 지난해 9월 시의회에서 조례 개정안이 통과돼 ‘윤이상기념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기념관에는 ‘동백림(동베를린) 사건’ 등 윤이상의 일대기를 연대순으로 정리한 연보와 친필 악보, 흉상, 그가 사용한 첼로 등이 전시돼 있다.

통영 = 박영수 기자 butle@
e-mail 박영수 기자 / 전국부 / 차장 박영수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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