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 “‘죽어도 더 못하겠다’할 만큼 레코딩에 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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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맞은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
33번째 앨범 ‘아름다운 저녁’ 발매
“사랑·평화에 초점 두고 음악 계속”

“이렇게 힘들어서야 ‘이제 정말 죽어도 못 하겠다’고 할 정도로 이번 앨범 리코딩에 있는 기력과 정성을 다 들였어요.”

올해 일흔을 맞은 ‘바이올린의 여제’ 정경화(사진)는 27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쯤 되면 익숙해질 것 같지만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서른 세 번째 정규 앨범 ‘아름다운 저녁(Beau Soir)’을 발매한 그는 이름 앞에 붙는 ‘레전드’라는 수식어조차 달갑지 않다며 “레전드 정도가 되면 뭘 해도 쉽게 쓱쓱 나올 것 같은데 전 전혀 그렇지 않다. 뭘 해도 이렇게 기를 써야 하고 힘이 든다”고 했다.

여류 바이올리니스트가 서른 세 개의 앨범을 발매한 사례 자체가 드문 상황에서, 6세 때부터 바이올린과 함께해 온 그의 공력이 담긴 앨범은 대중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다.

그의 이번 앨범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 포레와 프랑크, 드뷔시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1990년 쇼팽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차지한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가 정경화와의 오랜 시간 인연으로 앨범에도 참여했다.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에는 저와 케빈 케너만의 해석이 담겼다고 할 수 있어요. 서로 다른 연주자와 이 곡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엘가의 ‘사랑의 인사’도 32년 만에 새롭게 녹음해 보너스 트랙에 넣었다.

이날 생일 케이크 위에 올라온 숫자 초 ‘70’에 붙은 불을 웃으며 끈 그는 “이제 체력이 안 돼서 음이 빠지고 활에서도 지저분한 소리가 나기도 한다”며 “그렇지만 예전처럼 수치스러움에 머리 쥐어뜯던 때는 지났다”고 말했다.

“항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합니다. 사랑과 평화에 초점을 두고 계속 음악을 하고 있어요.”

인지현 기자 loveof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