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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World & Idea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28일(水)
이란核 재협상과 북핵 新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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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美, 이란에 핵 완전 폐기 협상 요구
시한 5월12일은 美·北 회담 직전
北에 ‘先폐기 後보상’ 강화할 듯


이란 핵 문제가 다시 국제사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이란 경제 제재 면제를 오는 5월 12일까지만 연장하고, 그때까지 재협상이 안 되면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고 이란 경제 제재를 재개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조건으로 핵 프로그램 제한이 2030년에 자동 해제되는 일몰조항(Sunset Clause)을 폐지하고, 이란의 탄도미사일 제한 조항을 추가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줄곧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간주돼 온 이란 핵 합의를 문제 해결이 아닌 지연이었을 뿐이라고 비판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전시내각’으로도 불리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라인을 구축하면서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란 핵 합의는 P5 + 1(5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 독일)이 2015년 7월 이란과 맺은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으로서, 이란이 우라늄 농축 시설 규모를 제한하고 핵 사찰을 수용하며 향후 2030년까지 핵무기 개발에 쓰일 위험이 낮은 ‘저농축우라늄’ 300㎏만 보유하는 조건으로 서방은 대이란 경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다. 일단 이란 핵 개발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나, 완전한 핵 폐기가 아닐 뿐만 아니라 한시적 조치란 한계가 있었다.

이란은 미국의 핵 합의 재협상 요구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그러지 않아도 핵 합의가 서방의 요구에 지나치게 굴복한 것이라는 이란 내 강경파들의 비판에 시달리고 있던 참이었다. 로하니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 경제를 회복하려면 서방의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핵 합의가 불가피했다는 점을 역설해 왔다. 그리고 아직 만족할 만하진 않지만, 이전 정부의 2.3%의 배가 넘는 평균 4.8%의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럽 국가들은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 강경파의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강경파들은 어차피 로하니 대통령이 이란판 고르바초프나 덩샤오핑(鄧小平)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로하니를 지지하는 실용파는 주로 서구 유학파로서 내부 단결이 약하고 대중과의 유대감이 적은 반면, 하메네이로 대표되는 강경파는 참호 속에서 함께 싸운 전우들로서 똘똘 뭉쳐 이슬람 사원과 군·정보기관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가디 아이젠코트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2007년 9월 5일부터 6일 사이 야간에 이스라엘군이 시리아의 핵 재처리 시설을 공습한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관련 영상 등을 공개한 사실이 이번 이란 핵 합의 폐기와 연관돼 주목을 받고 있다. 문제 시설은 시리아가 북한의 도움을 받아 짓고 있던 흑연감속로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에 공습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직접 공격했다는 것이다. 당시 현장에는 북한 측 관계자 10명이 있었다고 한다. 이스라엘이 11년간의 침묵을 깨고 갑자기 공습 사실을 시인한 이유는 “2007년의 메시지는 미래의 적들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는 아이젠코트 참모총장 발언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이란도 칠 수 있다는 경고였던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 재협상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수니파 아랍국가로서 시아파 맹주인 이란에 적대적인 사우디는 이란의 핵 개발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사우디의 실세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20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사우디가 미국 원자력을 수주하는 조건으로 ‘미 원자력법 123조’ 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것이 완화되면 핵무기 확산이 이뤄질 수 있다.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연료 재처리가 가능하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빈살만 왕세자는 15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폭탄을 개발한다면 우리도 최대한 신속히 같은 패를 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란 핵 문제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북핵 문제 해결 방안도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재협상이 되지 않고 기존 이란 핵 합의만 깨지게 된다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붕괴 위기를 맞게 된다. 이 경우 미국의 관심은 이란에 집중될 것이며, 북핵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란 핵 합의 파기는 북핵을 기정사실로 굳히면서 군축협상을 하려는 북한의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의 핵 협상 기준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이란식이 아닌 리비아식 해법이 거론되고 있다. 리비아식이란 ‘선(先) 폐기, 후(後) 보상’으로, 완전한 핵 포기와 이에 대한 검증이 이뤄진 후에야 제재를 해제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의 대북 협상 낙관론 입지는 대폭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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