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어린이>중·고생 무료 유학 보내고… 아들 결혼축의금도 흔쾌히 기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인석(가운데) ㈜아이에스 대표가 부산 남구의 한 볼링장에서 개최된 ‘불우아동 및 소년 소녀 가장 초청 볼링대회’의 후원자들과 시합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김인석 대표 제공

김인석 아이에스 대표 ‘만원의 행복’

중학생때 굶는 친구들 위해
매일 도시락 3~4개 가져 가

노인들 지원 봉사활동 하다
불우어린이 후원 마음 먹어
9년동안 아동단체 4억 기부

자치단체와 함께 장학사업
아동학대방지 캠페인 참여
7년째 해외에도 사랑 전파

경남 거제에서 중학교에 다니던 김인석 학생이 도시락을 3∼4개씩 싸 갖고 다녔던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서로 도시락을 맛있게 나눠 먹는 점심시간, 항상 밖에 나가 식수대에서 수돗물로 배를 채우던 친구들을 위해서였다. 한두 친구로부터 가난해서 도시락을 싸 올 형편이 안된다는 답변을 들은 뒤였다.

보릿고개가 있던 1960∼1970년대, 굶는 아이들이 흔했던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었다.

“점심때마다 한 친구가 화장실 옆 식수대에서 물만 먹는 것을 봤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집이 가난해서 도시락을 못 싸온다는 것이었어요. 당시 우리는 농사를 크게 짓고 있어서 부족하게 살지 않았던 때라 어머니에게 사정을 이야기해 도시락 두 개를 싸오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후에 그런 친구가 더 있는 것을 알게 돼, 결국 도시락이 3∼4개로 늘어났죠. 어머니께서 할머니 눈치를 보면서도 흔쾌히 도시락을 싸 주셨어요.”

부산 해운대구에서 수출·입 무역업을 하고 있는 김인석(62) ㈜아이에스 대표의 어린이 후원 활동은 사실 그때부터 시작됐다. 이후 김 대표는 부산대를 졸업하고 무역회사에 입사해 근무하다가 1989년 무역회사를 차려 독립했다. 그 사이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노인 지원 자원봉사 활동 등을 열심히 했다.

그러던 김 대표가 불우한 아동들에게 직접 눈길을 돌린 것은 2009년부터다.

“2009년에 캐나다로 봉사활동을 갔습니다. 국제로터리 3661지구 부산낙동로터리클럽에 가입했는데, 교수님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간 거죠. 캐나다의 후원 초점이 미래의 꿈나무인 아동들에게 맞춰져 있는 것을 보고, 나도 아동에게 후원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2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동 후원을 결심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후, 회사도 별 탈 없이 운영되면서 김 대표의 후원금도 점점 불어났다. 지금까지 김 대표가 아동 후원단체를 통해 기부한 금액은 모두 4억 원가량 된다. 이미 고액 후원자로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는 2011년부터 매달 100만 원이 넘는 후원금을 기부하면서 국내 불우아동들은 물론, 우간다·케냐·에티오피아 등 전 세계 불우아동 34명과 결연을 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아들의 결혼식에 들어온 축의금 6400여만 원을 모두 기부해 주위로부터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1억 원 이상을 기부해 왔고, 앞으로 2억 원을 기부하겠다는 기부 약정서를 쓰고 지속적으로 후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1월에 외아들 결혼식을 올렸는데, 며느리와 아들에게 기부와 봉사의 기쁨을 가르쳐 주고 싶었습니다. 축의금을 기부하자고 제안했고, 아들도 흔쾌히 동의해서 기부하게 됐어요. 제가 봉사활동 모임 몇 개를 하고 있는데, 회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주자는 차원에서 본보기가 될 필요도 있겠다 싶어 겸사겸사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김 대표의 후원활동은 단순한 돈 기부에 그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장학사업을 하고 있고, 국제 로터리클럽을 통해 국제 청소년 교환 프로그램도 도맡아 하고 있다.

“로터리 활동 중에 각국 청소년들을 교환 방문하게 해 좋은 체험과 인성을 키우는 국제 로터리클럽 부산 지구 청소년 교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중·고생을 대상으로 1년간 무료로 유학을 시켜 주는 것이죠. 학교에서 추천을 받아 선정하는데, 위원장으로서 학생들을 선발할 때 성적보다는 인성 측면을 많이 보고 있어요.”

김 대표는 이외에도 아동학대방지캠페인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김 대표가 매일 매일 하고 있는 습관이 하나 있다. 하루 일과를 정리하면서 그날그날을 평가해 자신에게 상금과 벌금을 준다. 이를 메모해 뒀다가 월말에 총액을 계산해 통장에 입금한다. 김 대표는 이 통장에 ‘만원의 행복, 만원의 통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김 대표는 자신의 후원 철학으로 ‘실천’을 꼽았다. 머리로 봉사와 후원을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를 실천으로 행동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에서다.

“후배들에게도 항상 머릿속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바로 실천하라고 얘기합니다. 지금 바로 실천하라고요. 저 역시 큰돈을 기부할 때는 솔직히 좀 아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두 번, 세 번 생각하지 말고 처음 생각이 났을 때 바로 실천하자고 다짐하고 있어요.”

김 대표는 바쁜 와중에도 청소년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한 홈스테이 자원자를 찾아야 한다며 열심히 전화를 돌렸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어린이 ’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