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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29일(木)
한국당 영입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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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자유한국당은 왜 서울시장 후보 하나 영입하지 못하는 걸까. 이는 한국당에 미래가 있는가, 보수는 재건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과 통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준표 대표가 이끄는 한국당이 극심한 인재 영입난을 겪는 것은 보수 본당을 자처하는 대한민국 제1야당의 적나라한 ‘존재감 부재(不在)’를 드러낸다. 이는 또한 현 보수 정치 리더십에 대한 유권자와 국민의 독(毒)한 회의(懷疑)와 맞물려 있다.

한국당이 서울시장 후보 영입을 위해 접촉한 이들은 언론 매체를 통해 알려진 숫자보다 훨씬 많다. 이미 공개된 김병준 전 국무총리 지명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석연 전 법제처장, 홍정욱 전 국회의원과 그 외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등을 합쳐 1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모두 손사래를 쳤다. 이들이 후보 영입 제안을 고사한 이유 가운데 공개되지 않은 공통된 게 하나 있었다. 한국당의 지금 모습으로는 희망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들 중 A 씨는 기자와 만나 “애당초 한국당의 리더십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서울시장 영입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B 씨는 “주변에서 ‘제정신이냐’며 한국당행을 말렸다”고 밝혔다. C 씨는 “인재를 키운다는 차원에서 당내 젊은 정치인을 후보로 찾아보라고 권했다”고 털어놨다.

한국당의 영입 작업이 지지부진한 정반대의 이유도 있다. 홍 대표 스스로 자신에게 도전할 만한 인물에 대한 극심한 기피 심리를 보였다는 것이다. 당내 복수의 인사들은 홍 대표가 중량급 인사 추천이 들어오면 뜸을 들이다 타이밍을 놓치거나 심부름꾼을 보내 영입 시늉만 냈다고 한다. D 씨는 “홍 대표 쪽 요구로 만났더니 대뜸 ‘먼저 서울시장 출마선언부터 하면 나중에 우리가 영입하겠다’고 하더라. 나를 갖고 놀겠다는 것”이라고 어이없어했다. E 씨는 “홍 대표 쪽 제안을 받았지만, 절박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A 씨는 “홍 대표는 ‘리더’보다는 ‘보스’가 되기를 원했다”고 했다. 이쯤 되면 한국당이 왜 인재난을 겪는지가 자명해진다. 제안을 받는 쪽은 ‘한국당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홍 대표는 ‘나에게 도전할 사람은 영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지면서 양자의 판단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홍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 결과와는 관계없이 당권을 유지하고 21대 총선(2020년) 공천권을 주무른 뒤 다음 대선(2022년)까지 직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홍 대표가 공정성과 다양성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한 인재 영입은 계속 어려울 것이고 보수의 혁신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극심한 청년실업과 엄중한 경제 상황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고공 지지가 유지되는 건 이런 점과 무관치 않다. 시장판 장삼이사, 선술집의 필부필부도 “지지를 보낼 야당이 없다”고 말한다. 보수정치권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보수가 힘을 잃으면 진보도 건강하기 어렵고 대한민국 전체가 활력을 잃을 수 있다. 보수가 혁신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홍 대표 스스로 스타일을 바꾸는 것, 아니면 새롭고 강력한 보수 리더 그룹이 만들어지는 것. 둘 다 쉽지 않다. 지금으로써는 6월 지방선거 후에나 그 그림이 그려질 것 같다.

minski@
e-mail 허민 기자 / 정치부 / 부장 허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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