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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29일(木)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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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마스크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가지다. 얼굴 전체나 일부를 가리는 가면이 첫째이고, 순우리말로는 ‘탈’이다. 둘째는 먼지나 오염물질 또는 병균 등을 막기 위한 ‘입·코 가리개’다. 과거엔 첫째가 더 보편적 의미였지만, 최근 둘째가 훨씬 일반화했다. 범죄자가 범행 때 신원을 감추기 위해, 피의자가 검찰 조사나 재판을 받으러 갈 때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미세먼지 피해를 막기 위해 마스크는 이제 필수품이 됐다. 지난 주말 부산에서 열린 한 마라톤 대회에서는 미세먼지로 뿌연 가운데 상당수 참가자가 마스크를 쓴 채 달렸다.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과 두산의 경기에선 두산 선수들이 마스크를 끼고 연습하고, 관중들은 마스크를 쓴 채 관람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 대성전에서 열린 제례 의식에서는 조선 시대 관복을 입은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행사에 나서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방독면을 쓰고 버스를 탄 시민의 사진이 언론에 보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스크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가 대한민국 전역을 ‘잿빛 공포’로 몰아넣은 며칠 동안 마스크 매출이 평소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미세먼지 종주국’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는 공기청정 필터에 모터까지 달린 10만 원대의 고가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콧속에 삽입해 코로 흡입되는 미세먼지를 차단한다는 ‘코 마스크’도 출시됐다. 오죽했으면 이럴까 쓴웃음이 난다. 마스크를 쓴다고 해서 미세먼지로부터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마스크를 쓰면 호흡이 불편해져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환경 당국은 중국발 요인에다 한반도 대기 정체, 국내 요인까지 겹쳐 고농도 미세먼지가 5월까지 계속된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줄이겠다는 공약을 했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지난 수년간 수 조(兆)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세먼지 관련법은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고, 정치권은 지방선거와 개헌에만 몰두하고 있을 뿐 국민의 보건은 뒷전이다. 마스크를 굳이 사용하지 않고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때가 언제나 올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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