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이 아닌 ‘우리’를 생각하는 삶이 진정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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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행복이 어떻게 세상을… / 콜린 베번 지음, 이은선 옮김 / 한빛비즈

여기까지는 어디서 들어본 듯하지 않은가.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가속되고 있고, 취약한 경제구조는 일자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곳곳에서 계층·인종 간 불균형으로 인한 충돌이 벌어지고 있으며, 정치는 망가지고 자본에 오염돼가고 있다. 경쟁은 격화되고 미래는 불확실하다. 한마디로 암울한 미래와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노동, 그리고 행복하지 않은 생활에 관한 얘기 말이다. ‘행복’의 가치를 앞세운 자기계발서들은 대개 우리의 현실을 이렇게 진단하고는 “진정한 삶의 가치를 실현하려면 무분별한 소비의 욕망에서 벗어나고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식으로 조언한다.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라’든지 ‘소비를 위한 노동에서 탈출하라’는 이야기는 자기계발서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들이다. 말이야 틀린 게 없지만, 문제는 과연 그게 쉬운 일이냐는 말이다.

이 책은 이런 유의 자기계발서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르다. 책의 저자는 작가 겸 사회운동가.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가족과 함께 1년 동안 공산품, 플라스틱, 전기 등 환경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모두 배제한 채 생활하는 ‘노 임팩트’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이런 과정을 담은 책도 펴내고 다큐멘터리 영화에도 출연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전력을 보면 욕망이나 소비와 담을 쌓고 수도자적인 삶을 강권할 것 같은데, 뜻밖에도 그는 타협적이다. 수도자처럼 살 수도 있지만, 그렇게 사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오히려 저잣거리에서의 이 대목에서 저자는 노 임팩트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자신이 ‘세상에 유익한 삶을 살려면 나에게 유익한 삶을 희생해야 한다고 착각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 털어놓는다.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삶을 살려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줄 알았지만, 세상에도 유익하고 자신에게도 유익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항목이 점차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관점에서 ‘남’까지 함께 생각하는 이타적 관점으로 성공의 의미를 바꾸자는 것이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 제일 좋은 의자에 앉아봐야, 하행하고 있는 엘리베이터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서봐야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게 저자의 물음이다. 개인적 성취나 행복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가져오게 될 세상의 행복까지 다루고 있으니, 저자가 틈만 나면 이 책을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상호계발서’라고 강조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책에는 암묵적으로 사회가 강요해 온 정형화된 삶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하나하나 짚어본다.

인간관계, 소비생활, 주거형태, 내 집 마련, 아이 갖기, 시민의식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붙였다. 질문도, 답도 구체적이고 직설적이다. 마치 의학 백과사전처럼 증상에 따라 처방을 읽어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다 맞는 건 아니겠지만 처방 중에는 고개를 끄덕일 만큼 설득력 있는 것도, 무릎을 칠 만큼 신선한 것도 적잖다. 544쪽, 2만5000원.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