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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30일(金)
“국제개발협력도 정권따라 흔들려와…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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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이 지난 27일 경기 성남시 코이카 사무실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코이카의 원칙과 철학이 하나의 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만든 이사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

개발협력은 원조와 분명 달라
성장 도우면서 ‘相生’ 하는 것
대한민국의 경제 개발 경험을
그대로 이식하는 방식은 안돼

예를 들어 개도국 농촌 개발때
‘새마을 사업’ 고집하는 것 금물
나무 심을때 토양·기후 살피듯
적합한 모델 찾아 정착 도와야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가진 빈곤 감소와 인권 향상, 평화 증진이라는 원칙과 철학을 선반 위에 올려놓고 정부에 따라 초점을 달리하는 바람에 코이카가 흔들려왔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공적개발원조(ODA) 기관인 코이카가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은 지난 2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이카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던 이유를 이같이 분석하면서 더 이상 코이카 사업이 정부 교체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철학을 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인식 전 이사장이 중도 퇴진하면서 7개월간 수장이 없는 상태였던 코이카는 지난해 11월 29일 이 이사장이 제12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다시금 안정을 찾고 있다. 이 이사장은 취임 직후 외부인사를 중심으로 한 코이카혁신위원회를 만들고 이를 통해 ‘코이카 혁신 10대 중점 과제’를 내놓는 등 쇄신 작업을 벌여왔다. 이 이사장은 인터뷰에서도 코이카 혁신 방향은 물론 코이카가 추구해야 할 목표와 이를 위한 사업들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비전을 드러냈다.

―밖에서 정치인으로 코이카를 보던 것과 이사장이 돼서 안에서 보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예전에 카자흐스탄에 갔을 때 코이카 해외봉사단 직원이 와서 돕는다고 해서 ‘열심히 활동하는구나’ ‘고생하고 있네’ 이런 정도로 아주 단편적으로 봤다. 하지만 코이카 이사장이 돼서 보니 코이카가 국가 대 국가로 지원하는 규모가 크고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밖에서 볼 때는 해외봉사단이 코이카의 중점 업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봉사단은 코이카 전체 업무 중 한 부분이다. 코이카의 주 임무는 개발도상국 개발협력과 연관해 예산을 가지고 미리 준비하고,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조정하며, 연결해 주고, 나중에 평가해서 다음에 더 좋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사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코이카 이사장 자리가 박근혜 정권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문제 등으로 7개월간 공석이었다. 아무래도 직원들 사기가 떨어져 있었을 텐데.

“취임식 하는 날, ‘많이 기다렸습니다’라고 누가 그러더라. 이런 얘기가 인상 깊었는데 아무래도 CEO 없는 조직이 7개월 동안 버티면서 답답한 일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마치 부모 없는 집같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많이 활기차졌다고 느끼고 있다.”

―이사장 취임 시 ‘기본으로 돌아가자. 원칙과 철학을 분명히 세우자’고 했다. 어떤 원칙과 철학을 의미하나.

“코이카가 세워진 지 27년이 됐다. 코이카를 처음 만들 때 원칙과 철학이 국제개발협력기본법에 나와 있다. 국제개발협력의 정신은 인도주의 정신에 기반해 개도국들과 협력하여 나라의 빈곤 감소와 인권 향상, 평화 증진을 위한 것이다. 이것이 원칙과 철학이다. 그런데 이것이 안 지켜졌다. 그동안 이 원칙과 철학을 선반 위에 올려놓고 이사장들마다 정부에 따라 포커스를 달리하면서 흔들리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우리의 경제개발경험을 이식해야 한다든지 하는 것은 틀린 것이다. 이식이 아니라 그 나라가 필요로 하는 경제개발협력을 잘 찾아서 그것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협력의 원칙과 철학이다. 나무 하나를 심더라도 그 나라 토양과 기후를 잘 살펴서 심어야 나무가 잘 자라는 것과 같은 이치다. 농촌개발을 위해서는 ‘우리 새마을사업을 이식하면 된다’고 하면서 농촌사업을 전부 새마을사업으로 덧칠하는 것도 하나의 잘못된 사례다. 개발협력은 원조와 달리 그 나라가 필요로 하는 것을 우리가 주고 협력하며, 그 나라가 성장하면서 우리와 더 좋은 협력관계를 맺어 나가며 상생하는 것이다. 이게 개발협력 시대의 철학이다. 그런 점에 비춰 볼 때 ‘우리가 저 나라에 이만큼 지원했으니 이만큼 빼 와야지’ 이런 생각은 개발협력의 철학과 원칙에는 안 맞는 것이다. 우리가 협력해 그 나라가 잘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진출하고 서로 상생하는, 그런 관계를 맺는 게 개발협력의 모델이다. 그런 부분들이 정립돼 나가는 게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개발협력의 철학에 충실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 부분을 강조하고 정립해 나가려고 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도 새마을운동 모델은 계속하자고 하셨다. 어떤 식으로 운영해나갈 계획인가.

“과거에는 전부 새마을이라는 우산에 넣으면서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 앞으로는 이를 선별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새마을운동에서 모범적인 사례도 있다. 미얀마의 어느 마을의 경우 새마을운동 덕에 마을이 잘살게 됐고 사람들이 활기를 찾았다. 새마을 깃발도 펄럭이고 있었다. 하지만 다 그런 식으로 잘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미얀마 정부 관계자를 만났을 때는 그런 사업보다 기후변화로 생산물이 감소하고 있으니 추수 이후에 농산물을 잘 보관하고 유통시킬 수 있는 방법이 더 필요하다고 들었다. 개도국 농촌 정책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새마을사업을 원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철 지난 얘기다.”

―최근 문 대통령을 수행해 베트남을 방문했는데 성과는.

“베트남은 무상원조 핵심 협력국가라는 점에서 코이카로서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방문 첫날인 지난 22일 문 대통령을 수행해 하노이 호알락 하이테크파크(HHTP)에서 가진 ‘한·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 착공식은 코이카가 베트남 과학기술 발전과 양국 우호 협력관계에 기여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VKIST는 한국과 베트남 양국이 3500만 달러씩 부담해 진행한 ‘수평적 ODA’ 모범사례다. 어느 한쪽이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과 상생을 도모하는 게 가능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착공식에서 문 대통령이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의 꿈이 실현되도록 돕고, 한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청사진인 사람 중심의 평화공동체 건설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는데 저도 VKIST를 통해 베트남의 꿈이 실현되고 그 과정에서 코이카가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베트남 방문에서 인상 깊었던 일이 있다면.

“베트남 장애청년 사회적기업인 ‘이미지터’를 방문했는데 참 감동적이었다. 이 회사 대표가 빈곤가정에서 선천성 근육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응우옌 띠 반(여·31)이었는데 오빠도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오빠가 정보기술(IT)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2년 전에 사망했다. 이 남매가 ‘우리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IT를 통해 세계와 소통할 수 있고 일자리도 만들고 지식도 나눌 수 있다. 우리는 IT만이 살길이다’고 생각하고 시민단체를 조직했다. 나중에 이것을 돈 버는 일로 만들기 위해 2016년에 사진·영상을 편집하는 이미지터를 세웠다. 패션잡지에 모델들이 더 화사하게 나오도록 사진을 만들고, 건축회사 사무공간을 론칭하는데 더 멋있게 보이도록 사진이나 영상을 제작하는 일이다. 작은 컴퓨터로 하다 보니 일감이 적었다. 코이카가 지난해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함께 ‘베트남 장애인 정보격차 해소 지원사업’으로 이 회사에 3만5000달러를 지원했다. 2016년 말 직원 10여 명에 월 매출 1105달러였던 이 회사가 지금은 장애인 26명 등 직원 52명에 월 매출 2만1629달러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덴마크 이미지·영상 편집시장을 대표하는 프로-플랜사와 독점공급 계약도 앞두고 있다.”

▲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이 지난 23일 베트남 장애청년 사회적기업인 ‘이미지터’의 응우옌 띠 반 대표로부터 문재인 대통령 초상화를 선물받고 있다. 코이카 제공

―코이카가 아시아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어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나 ‘신북방정책’에 기여할 부분이 클 것 같다.

“코이카는 원조를 크게 하는 미국이나 일본, 프랑스, 독일과는 액수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그 나라들은 원조에서 노골적으로 국익을 내세우는 부분이 있어도 무상 협력 부문에서 우리나라보다 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예산이 적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는지가 바로 드러난다. 그래서 제 생각에 우리에게 바람직한 모델은 북유럽 모델이다. 북유럽 모델은 액수도 우리랑 비슷하고, 다른 나라에 비해 좀 더 인도주의적, 상생, 평화의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이 모델을 따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신남방정책을 얘기하면서 3P(인간·번영·평화)를 언급했다. 코이카가 추구하는 인도주의 정신에 기반해 개도국들과 협력하여 나라의 빈곤 감소와 인권 향상 및 평화 증진을 위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 세 가지가 딱 맞아떨어져서 이걸 원칙으로 내세워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신남방정책 정신을 그렇게 잡고 지금까지 우리 외교가 4강 중심이었다면, 이제 외교를 다원화·다변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차적으로 아세안으로 가는 신남방정책이나 몽골·우즈베키스탄으로 나가는 신북방정책을 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 기초를 27년간 닦아놓은 게 코이카다. 아세안과의 관계 증진은 코이카가 ODA를 통해 선도적으로 이끌어왔다고 할 수 있다. 코이카가 지금 정부가 가고자 하는 외교 전략에 크게 기여할 때가 왔구나 생각하고 있고, 그 철학도 코이카와 맞아서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세안은 중국과 일본도 눈독을 들이는 지역인데.

“일본은 올해 2월 발간한 개발협력백서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국제사회의 평화·안정·번영을 위한 국제협력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공적원조 전담기관을 국무원 산하에 공식 설치하겠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를 비롯한 중국의 외교정책을 더욱 뒷받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일본이 베트남에 지원한 무상원조는 1억475만 달러로 한국 지원액(376억 원)의 4배 가까이로 많다. 차관(10억6132만 달러)까지 합치면 40배가 넘는다. 중국과 일본이 이처럼 ‘규모의 경제’로 압도하는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코이카 ODA로는 이를 따라하기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처럼 지정학적 목적을 숨기지 않는 아세안 전략을 천명하고 이를 전적으로 추종하는 ODA를 집행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의구심이 든다. 또한 아세안 국가들이 한국에 기대하는 ODA의 성격도 다르다고 생각한다. 개도국들은 한국이 ‘폐허에서 성장으로’ 도달한 개발경험 전수와 인적 교류를 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류와 같은 한국 문화가 그들의 문화와 융화되기를 기대하고 한국은 그런 분야에서 이미 강점을 보이고 있다. 한국 ODA는 공공외교 자산의 일부로 활용되며 사람과 상생공영, 평화에 기여하는 데 초점을 맞추도록 하겠다.”

―4월에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코이카의 ODA가 대북협력사업에서도 진행될까.

“북한을 ODA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는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 향후 대북 ODA와 관련된 여론이 수렴되면 이와 관련해 자세히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4월 남북 정상회담이 잘되기를 희망한다. 정상회담이 잘돼 대북제재가 풀리고 남북 교류협력도 활발해지면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개발 요구가 많아질 것이다. 이처럼 여건이 조성되면 코이카는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보건기구(WHO) 등 다자 국제기구와 함께 할 영역이 있을 것이고 실제로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원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인간존중, 인류공영, 평화발전이라는 ODA의 기본 정신에 비춰볼 때 북한 주민들도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ODA 사업은 42개 정부기관이 쪼개서 하면서 효율성 문제가 제기되는데.

“ODA의 분절화에 따른 비효율성 및 원조 효과성 저해 문제는 감사원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사회에서도 매년 지적받고 있는 사안이다. 우리나라의 ODA 사업은 30년 가까이 분절화된 집행구조로 중복현상, 연계성 및 사후관리 부족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 문제는 문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일정 정도 예산을 나누는 것은 다른 나라에도 있다. 코이카 같은 ODA 전담기관이 80%를 하고, 정부부처가 나머지 20%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무상원조 예산 중 54%를 코이카가 하고 나머지 절반 가까운 46%를 다른 부처에서 한다. 이것은 원조의 효과성과 책무성을 떨어뜨린다. 원조의 투명성, 책무성, 효과성이 평가의 중요한 요소인데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무상원조만이라도 8대 2 정도로 나눠서 전담기구인 코이카와 외교부가 8을, 다른 부처가 2를 사용하면서 코이카와 긴밀한 협업관계를 만들어 나간다면 원조 분절화 문제를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상원조 통합, 체계화 마련 요구는 코이카의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다. 파트너국가의 니즈에 기반해 전략적 지향성을 갖춘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 코이카가 ‘무상원조 플랫폼’을 지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상원조를 효과적으로 투명하게,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데 코이카가 창구 역할을 맡겠다는 것이다.”

―코이카가 중심이 돼서 ODA 사업을 하면 우리 기업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코이카는 좋은 마음으로 주로 퍼주기만 하고 우리한테 돌아오는 것은 너무 없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코이카가 ODA 사업을 수행하면서 어떤 인프라 공사를 하거나 학교·도로를 지으면 조달 입찰을 부쳐 회사가 참여하게 된다. 이럴 때 대부분 80% 이상이 한국 기업이다. 코이카는 돈을 대고 다른 데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그 일을 맡아서 한다는 점을 꼭 말하고 싶다. 국제개발협력에 있어 무상원조에서 세계적인 기준으로 중요하게 지적하는 게 ‘비구속성 원조’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구속성 원조는 우리나라가 하니까 우리나라 기업이 다 들어가서 하게 하는 것이다. 조달 입찰을 안 부치고 가도 되는 것이 구속성이라고 하면 비구속성은 조달 입찰을 부쳐 성공한 기업에 일을 맡기는 것이다. 아무래도 코이카가 하게 되면 한국 기업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기 때문에 조달에서 유리해 입찰에 성공하게 된다. 비구속성이라는 국제 기준도 지키고, 실질적으로 우리 기업이 들어와서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국제조달시장이 엄청 크다. 액수는 200조 원 정도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이 아직 국제조달시장에 진입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코이카를 통해 조달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 경력이 있어야 국제조달시장에서 요건이 갖춰지는데 여기에 도움이 된다.”

―코이카가 민간 기업과 협업하는 사업을 늘리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기업도 ODA 사업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개도국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2030년까지 달성하자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그래야 지구촌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 그 목표를 세우고 보니 각 정부가 내세우는 공적원조자금만으로는 굉장히 부족하다. 그래서 기업들도 같이 국제개발협력 파트너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기업의 재원을 ODA 사업과 연계해 개도국의 경제·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IBS)이 그 예다. 코이카는 기업의 후원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협업을 통해 민간 재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민간 재원 확보는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의 책임성을 높이고 사업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다. 자산 10조 원 이상의 대기업의 경우 사업비의 70%, 자산 500억 원 이상의 중견기업은 50%, 중소기업은 30%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27개의 IBS 사업 모두에 이런 비율로 민간 재원이 투입돼 있다. 코이카가 노량진수산시장협동조합과 협력한 필리핀 맹그로브 숲 친환경 수산양식 가치사슬 구축사업, KT와 협력한 방글라데시 전자상거래 농업 비즈니스 기회 창출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서는 개도국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고 관계가 더 긴밀해져 기업 진출에도 도움이 되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인도적인 차원에서만 참여하는 게 아니고 장래의 이해관계에 비춰 좋겠다고 생각될 때 참여하는 것이다.”

―스타트업과 함께 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라고 들었는데.

“청년 혁신가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바탕으로 개도국의 난제를 해결하는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이다. CTS는 사회적 기업의 성격을 띠고 있으면서 비즈니스로서도 성공할 수 있는 방식을 같이 해보자는 것이다.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 새로운 혁신 기술을 가진 기업들을 코이카가 지원해 개도국에 그 기술을 정착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기업도 지속가능성이 생겨난다. 이 방식은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도 지원이 되고 ODA 차원에서도 새 모델을 만들어 나갈 수 있어 좋게 보고 있다. 코이카가 스타트업인 제윤과 함께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스마트 약상자 사업을 펼친 결과, 결핵 퇴치 성과 치료율이 95%로 올랐다. 결핵이 위험한 국가들을 연구해보면 약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약 먹는 습관을 못 들여서 발생한다. 제윤은 약상자 안에 스마트 기기를 달아서 약 종류와 먹을 시간을 알려주고, 그 약을 먹었다는 사실을 보건소에 전해준다. 약을 안 먹고 있으면 보건소에서 환자에게 연락이 가도록 돼 있다.”

―코이카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며 인력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코이카는 예산과 규모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다. 1991년 설립 이후 코이카 예산은 60배가 늘었는데 인력은 1.9배 늘었다. 코이카가 개도국에서 역할을 제대로 잘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면 한국의 국제협력 질이 떨어진다. 다른 나라는 한 사람이 4건 정도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면 우리는 8건을 한다. 이 기회에 정말 좋은 일자리로서 코이카 직원을 늘려주는 게 1차 목표다. 두 번째는 경력 사다리로서의 역할이다. 코이카 해외봉사단으로 가서 경력을 쌓아 코디네이터로 성장하거나 전문가가 돼서 국제기구로 나가는 길이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국제기구에서 일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일을 하고 싶다. 국제개발협력과 연관된 프로젝트 개발, 관리, 컨설팅, 조달에 관한 전문적인 일자리가 많이 있다. 그 부분도 코이카가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면 좋은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이카에서 성 비위 문제가 발생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최근 사회적으로 ‘미투(Me Too)’운동도 활발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지내셨는데 재발 방지 대책은.

“아쉽게도 제가 오기 전에 코이카 내에서 성희롱 사건이 있었다. 그 부분은 제가 와서 징계할 건 징계하고 규정도 훨씬 강화했다. 성 비위는 인간 존엄에 대한 부정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코이카가 해외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성 비위 사건이 일어날 여지가 높은데 그래도 내부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상담 창구를 만들고, 성평등과 관련해 여러 제도가 작동하고 있었다. 저는 이 부분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노사 공동으로 운영 중인 성희롱 고충상담센터를 ‘#MeToo #WithYou(미투 위드유) 센터’로 개편했다.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는 코이카 창립 이래 처음으로 기념행사도 개최했다. 제도 개선이나 문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곧 간담회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사장 임기 중 코이카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 ODA 기관인 코이카 모델은 방향과 철학,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싶다. 원칙과 철학이 없다는 소리를 듣지 않고 우리의 원칙과 철학, 국제적인 기준이 하나의 틀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게 첫 번째다. ‘이미경 이사장이 그걸 만들었다. 확고하게 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두 번째는 원조 분절화 문제에 큰 개선을 이루고 싶다. 타 부처와의 협동적인 관계를 잘 만들어 각자의 전문성을 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세 번째는 직원 수를 확실하게 늘려야 할 것 같다. 코이카 전문성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인원을 늘려야 한다. 네 번째는 CTS와도 연관된 건데, 새 사업 방향도 잘 설정하고 그 프로젝트를 개발해 나가는 데 좋은 경험들과 원칙이 잘 접목되고 안착되도록 해서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고 경험이 전수되도록 만들고 싶다.”

인터뷰 = 김석 차장(정치부) suk@munhwa.com
e-mail 김석 기자 / 국제부 / 차장 김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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