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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30일(金)
대통령만 9명 연루 의혹… 초대형 뇌물사건에 중남미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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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오데브레히트 스캔들’ 파장

168명 구속·3조7000억 환수
브라질 건설 비리수사서 시작

페루 전·현직 4명 수사 대상
룰라 12년刑·마두로도 의혹

“오데브레히트에서 돈 받아야
중남미서 대통령 한다” 자조

사건맡은 ‘저승사자’ 모로 판사
반부패 상징 브라질 영웅으로


브라질에서 시작된 초대형 비리 의혹인 ‘오데브레히트 스캔들’이 중남미를 뒤흔들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이 스캔들에 3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페루에서는 4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연루됐다. 콜롬비아에서는 반군과의 평화협정을 이끌며 52년간의 내전을 종식시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의 연루 의혹도 제기됐으며,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까지 뇌물을 받았다는 폭로가 터져 나왔다. 중남미에서 대통령을 하려면 오데브레히트의 돈을 받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브라질의 국영 정유회사 ‘페트로브라스’와 건설사들의 부정거래에 대한 수사를 시작으로 4년 동안 진행돼 온 부패 수사가 브라질 정치권으로 넘어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브라질을 넘어 중남미·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으로 번지면서 이번 스캔들은 역사상 세계 최대 규모의 부패 스캔들로 기록될 전망이다.

◇스캔들 수사의 시작 ‘라바 자투’

오데브레히트 스캔들의 시작은 브라질 사법당국의 대규모 부패 수사인 ‘라바 자투(Lava jato)’에서 시작됐다. 수사당국이 2014년 3월 브라질리아의 한 주유소에서 오데브레히트·OAS 등 브라질의 대형 건설업체들이 페트로브라스에 장비를 납품하거나 건설 사업 등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뇌물을 제공한 단서가 포착되면서 ‘세차 작전’을 의미하는 라바 자투로 수사작전이 명명됐다. 그해 5월 수사팀은 페트로브라스의 거물급 경영진을 기소하면서 광풍의 서막을 열었으며, 이 과정에서 브라질 정치권 인사 200여 명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브라질 사법당국이 이를 계기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브라질의 고질적 정경유착의 뿌리를 뽑겠다며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지금까지 라바 자투로 220건의 재판에서 유죄 선고가 났으며, 168명이 구속됐다. 무려 115억 헤알(약 3조7700억 원)의 검은돈이 국고에 환수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세계적 건설사인 오데브레히트가 공공사업 계약의 수주를 위해 각국의 정치가와 선거캠프, 정당 수뇌부에 수억 달러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시인하면서 브라질의 부패 수사는 오데브레히트 스캔들로 눈덩이처럼 커지기 시작했다. 수사 과정에서 오데브레히트의 전·현직 임직원들이 수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각국 정치인들에게 뇌물로 건넨 사실을 줄줄이 진술했고, 마르셀로 오데브레히트 CEO는 결국 구속됐다.

◇페루에서 베네수엘라까지

오데브레히트 스캔들에 연루된 정치인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브라질에서는 3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모두 오데브레히트 스캔들에 연루됐다.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현직에 있었던 2009년 정부 계약을 따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페트로브라스와 OAS로부터 금품과 호화 아파트를 제공 받아 징역 12년 1개월을 선고받았다. 오는 10월 대선에서 정치적 재기를 노렸던 룰라 전 대통령의 출마가 오데브레히트 스캔들로 불투명해지면서 브라질의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탄핵을 당한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과 미셰우 테메르 현 대통령도 오데브레히트로부터 각종 뇌물 및 편의를 제공 받았다는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페루에서는 4명의 대통령이 오데브레히트 스캔들과 관련해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대통령은 2004~2007년 사이 자신의 컨설팅회사 ‘웨스티필드 캐피털’을 통해 오데브레히트로부터 78만2000달러(8억3800만 원)를 자문료로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회가 탄핵 절차에 돌입했고, 결국 지난 21일 탄핵 2차 표결을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쿠친스키 대통령 외에도 알레한드로 톨레도(2001~2006년 재임)·알란 가르시아 페레스(2006~2011년 재임), 오얀타 우말라(2011~2016년 재임) 등 페루의 전직 대통령 3인 모두가 오데브레히트가 제공한 뇌물 및 편의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베네수엘라까지 번졌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13년 대선에서 3500만 달러(378억5000만 원)의 후원금을 받는 대가로 오데브레히트에 40억 달러(4조3000억 원) 상당의 공공건설사업 수주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마두로 대통령은 당선된 지 며칠 뒤 오데브레히트에 40억 달러의 예산을 지원하는 명령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콰도르에서도 호르헤 글라스 부통령이 2013년부터 2017년 초까지 OAS가 공공 발주 공사를 수주하도록 돕는 대가로 1350만 달러(147억 원)를 받아 챙긴 혐의로 6년형을 선고받고 지난 1월 사임했다. 이처럼 오데브레히트는 중남미는 물론 앙골라·가나·모잠비크 등 아프리카를 비롯해 중동 지역에도 공사 수주 및 이권을 위해 뇌물을 뿌린 것으로 전해진다.

◇‘저승사자’ 세르지오 모로 판사

오데브레히트 스캔들로 중남미의 영웅으로 떠오른 사람은 바로 이번 수사를 시작하고 지휘한 세르지오 모로(사진) 브라질 연방판사다. 브라질은 프랑스처럼 판사가 수사를 지휘하는 수사판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모로 판사는 브라질 남부 파라나주 쿠리치바시 연방법원의 수사판사였다. 그는 1990년대 이탈리아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반부패 수사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를 모델로 삼고 돈세탁 수법을 지난 10년 동안 철저히 연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번 오데브레히트 스캔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모로 판사는 브라질의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차기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브라질리아의 거리에서는 그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가 팔리고, 브라질에서 열리는 반부패 시위에서는 어김없이 그의 가면을 쓴 사람들이 정의를 외치는 모습이 등장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중남미를 뒤흔든 대규모 비리 수사가 브라질에서 가능했던 것은 모로 판사의 집요한 수사력과 사법부 독립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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