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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30일(金)
쫓기는 기업, 사라진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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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경제산업부 부장

IBK경제연구소의 ‘해외 혁신 창업 생태계 연구’ 보고서를 읽다 보면 국내의 열악한 혁신창업 현주소가 오버랩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익히 알려진 대로 박사급 창업가, 학·석사급 엔지니어를 지속해서 배출하면서 봇물 터뜨리듯 신규 창업투자를 창출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중관춘(中關村)은 기술형 창업기업들이 몰려드는 혁신클러스터다.

40여 개 대학과 200여 개 국가과학연구소가 밀집해 있고 중국 전체 엔젤투자자의 80%인 2만여 명이 활동한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모두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활발히 작동하게끔 잘 갖춰진 플랫폼에 있다.

반면 서울의 창업 생태계를 금액으로 환산했더니 24억 달러라는 사실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 한참 멀다는 점을 일깨운다. 실리콘밸리(2640억 달러), 베이징(1310억 달러)에 ‘명함’조차 내밀기 민망하다. 정부가 지속해서 창업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지만, 창업 인재 유치, 협력지원, 서비스고도화, 혁신창업 지원전략 측면에서 뭔가 엇박자가 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과감하고 신속한 정비가 필요한 이유다. 기업 토양에 대한 척박함은 비단 혁신 창업 기업을 떠나 대·중소기업의 세제, 규제 측면을 보면 우려감이 더 증폭된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다수의 선진국이 법인세율을 내리는데 거꾸로 22%에서 25%로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하자, 망연자실한 기업들은 해외이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세계 시장이 주 무대가 된 현실에서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로 둥지를 옮기는 것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법인세 인상 조치로 앞으로 10년간 국내총생산(GDP)은 1.7%(29조4000억 원), 일자리는 10만5000개 줄어들고 수출 0.5%, 수입 1.1% 감소와 함께 실질임금, 가계소득 하락 등을 초래할 것이란 비관적 분석도 나온 처지다. 유통업이 대표적이지만 영업·출점 규제는 더욱 촘촘하게 강화될 태세다.

해외로 이미 생산기지를 옮긴 기업들도 국내 현실이 이러니 복귀는 언감생심이다.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삼고초려하듯 어렵게 다시 국내로 복귀하거나 복귀하기로 양해각서까지 맺고 유턴한 기업은 불과 88개인데 실제 공장 가동률이 20%를 간신히 웃돈다고 한다. 고용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일자리 창출이 안 되는 원인 중 하나다.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도 자영업, 외식업 등 생계형 기업군을 뒤흔들며 경영환경의 시계(視界)를 더 어둡게 만들고 있다.

수출 효자로 부상한 반도체가 호황이라지만 특정 품목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필연적으로 후유증을 낳을 수밖에 없다.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가 말해주듯 중국이 한번 흔들면 요동이 치는 구조적 맹점도 여러 차례 노출됐다. 세계 경기 회복세라는 대외 여건이 기업투자 증가로 이어지도록 정책적 지원 마련이 필요하다는 연구기관들의 지적을 곱씹어 면밀하고 정교한 기업 활력 제고 정책을 추진할 때다. 수출 주도형 나라에서 전위(前衛)이자, 첨병인 기업을 옥죄고 성장, 고용, 소득 개선, 소비 진작의 연쇄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horizon@
e-mail 이민종 기자 / 사회부 / 부장 이민종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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