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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미숙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30일(金)
트럼프 리스크의 ‘美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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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트럼프 행정부 국정혼란
미국과 세계의 최대 리스크
트럼프의 對中 통상 전쟁

市場 무시 中행태 바꾸면 대박
北核해결 의지도 前例 없어
文정부, 트럼프 活用전략 짜야


미국 저널리스트 마이클 울프의 책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가 지난 1월 출간된 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신건강 이상설을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된 적이 있다.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 정신이 아니어서 백악관의 하루하루가 엉망진창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주 방한 특강을 가진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미국이 위험하다고 했다. “외교정책에 무지해 생각나는 대로 지르고, 주변 인사들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아 어리석은 결정을 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정 혼란과 인사 갈등은 일상화됐다. 장관도 트위트 한 줄로 ‘해고’된다. 미어샤이머 교수의 우려대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과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최대 리스크다. 그렇지만, 역사는 괴짜들이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대중 통상전쟁과 최대의 대북 압박은 워싱턴의 기성 정치 문법을 무시하는 독불장군만이 추진할 수 있는 어젠다라는 점에서 제대로 추진될 경우 대박이 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 정책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주도하고 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박사 출신으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교수로 활동해온 나바로는 반중(反中) 캠페인을 벌여온 운동가다. 그는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원제 Death by China)’ 등의 저서에서 “외국의 지적 재산권을 도용해 제조업을 육성하고 환율조작을 통해 싼값에 내다 파는 중국의 관행을 변화시키지 않는 한 세계는 중국에 의해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백악관에서 밀려났던 그가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사퇴 후 전면에 나선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책사로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

나바로의 지적대로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무기로 중국 진출 외국 기업들에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자국 기업 보호주의 정책을 펴며 몸집을 키웠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중국시장에서 이 같은 불이익을 수없이 당해왔고, 사드 배치 이후엔 더 노골적인 보복을 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 당국의 보복이 두려워 목소리를 내지 못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정면대응에 나서며 반중 연대를 촉구하자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속속 참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압박도 마찬가지다. 어느 행정부도 이렇게 지속적으로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가하며 비핵화를 밀어붙인 적이 없다. 북핵이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는 것은 모두 느꼈지만,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까지 교체하면서 집중하자 북·중이 움직이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중국 인접국이라는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미·중 갈등 전면화의 최대 피해국이 되고 있다. 반도체 등 중간재의 대중 수출에 직격탄이 예상되고, 돌발적인 북·중 정상회담에서 보듯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김정은을 엄호하고 나서면서 미·중 북핵 공조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그렇지만 트럼프의 마법이 제대로 통할 경우, 중국의 유아독존적 경제·외교 행태를 바로잡고, 북핵 위기도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많은 혜택을 볼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 주석의 중국몽이 실현돼 2049년 중국이 세계 일류국가가 된다면, 아마도 나바로 예견대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날’이 될 것이다. 그럴 때 한국은 미어샤이머 교수의 예측대로 중국의 준 속국이 될지도 모른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연구원은 지난 19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한국외교정책의 국내정치적 제약’ 보고서에서 “한국은 주요 20개국(G20)의 핵심국가지만, 동북아 헤게모니 구도에선 약소국”이라면서 “강대국 간 갈등과 북핵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그랜드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광기에 가까운 행보로 미국의 대중·대북 전략의 본질이 자꾸 흐려지지만, 자유주의 질서를 훼손하는 패권 도전국 중국, 핵으로 한·미를 위협하는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옳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목표에만 매달리지 말고, 트럼프 리스크를 적극 활용해 미덕으로 만들 수 있는 거대 전략을 짜야 한다. 트럼프 시대의 본질을 직시하며 그것을 역이용하는 전방위 외교전략을 세워야 한다. 남북관계의 단기적 개선보다 국가적 생존과 번영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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