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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3월 30일(金)
독재자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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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옛 러시아제국에서 혁명을 꿈꾸던 이오시프 주가시빌리. 폭력적인 젊은이였지만 오직 예카테리나라는 여인에게는 다정다감했다.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래도 부르고 시도 읊었다. 이오시프는 1906년 스물일곱에 결혼에 성공한다. 그러나 예카테리나는 결혼 16개월 만에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고, 이오시프는 오열 끝에 실신했다. 깨어난 이오시프는 “내게 마지막 남았던 인간적인 감정도 사라졌다”며 주가시빌리라는 성(姓)을 버리고 혁명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이 붙여준 스탈린(강철인간)이란 이름으로, 냉철하고 잔인한 독재자의 길을 걷게 된다.

독재자들에게도 아내가 있다. 여러 가지 모습으로 살아가며,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남편에게 영향을 미친다. 남편 못지않게 독재를 휘둘러 지탄받는 아내들도 있다.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내 이멜다는 ‘부부 독재정권’을 구축했고, 짐바브웨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는 명품 쇼핑병으로 ‘구찌’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부인 아스마 알아사드도 마찬가지. 영국 시민권을 가진 무슬림 귀족으로 스물다섯에 알아사드를 만나 결혼한 아스마는 개혁·개방 정책을 홍보하고, 자녀들을 직접 운전해 학교에 데려다주는 소탈한 모습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도 했지만, 2011년 내전이 발생하면서 얼굴을 바꾼다. 시리아 국민은 아스마가 남편을 설득해 사태를 진정시키길 바랐지만, 그녀는 오히려 반군 진압을 적극 옹호해 국민을 실망시켰다. 국제사회는 그녀를 ‘지옥의 퍼스트레이디’로 부른다.

반면, 비록 남편이 독재자여도 ‘야당’ 역할을 하며 국민에게 다가가려 애쓰는 아내들도 드물지만 있다. 바레인의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국왕은 심각한 인권 침해로 국제앰네스티본부로부터 여러 번 경고를 받기도 했으나 아내인 사비카는 여성과 어린이들의 인권 보호에 앞장서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를 동반해 시진핑(習近平) 주석 부부를 만나고 온 뒤 중국에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검색어가 차단되기도 했다. 북한은 리설주를 ‘여사’로 칭하며 대외적으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기대하는 듯하다. 리설주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영향을 김정은에게 주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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