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찬 교수의 중국어와 중국 문화>하계경기장 재활용 ‘베이징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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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이 막을 내리고 다음 개최지인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이 올림픽 깃발을 이어받았다. 그런데 베이징은 이미 2008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했던 곳이다. 어떻게 하계올림픽을 개최했던 도시가 동계올림픽도 한다는 것인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동계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은 분명 2022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도시로서, 동·하계올림픽을 동시에 개최하는 세계 최초의 도시가 된다.

우선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 개최가 가능한 이유는 그 면적이 서울보다 훨씬 넓기 때문이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베이징 하면 서울과 비슷한 도시로 생각하지만, 베이징은 사실 서울과 경기도를 합친 면적의 광역도시다. 베이징 시내는 서울과 비슷하고 교외는 경기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하계올림픽은 물론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기에도 충분한 공간이 존재한다. 또 베이징 북부는 산이 많아 스키종목 시설에도 문제가 없다. 물론 인근 도시인 장자커우(張家口)와 연합해 분산 개최하기도 한다. 빙상경기는 주로 베이징에서 하고 설상종목은 주로 장자커우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2008년 하계올림픽 개최는 중국의 꿈이었다. 중국인의 염원이라고 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기 때문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시설이나 운영의 키워드가 ‘과시’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그 규모가 화려했다. 중국을 세계에 홍보하고, 인정받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미 10년이 지난 일이지만 중국인에게는 아직도 그때의 감동이 남아 있다.

그런데 아무리 중국이라고 해도 하계올림픽 시설이 있는데, 또다시 동계올림픽 시설을 건설한다는 것은 중복 투자에 가까운 상당히 무리한 투자임이 분명하다. 돈이 넘쳐난다고 해도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은 아주 실용적인 해결책을 꺼내 들었다. 마치 서울광장이 동절기에는 빙상장이 되고 하절기에는 잔디밭으로 바뀌듯이, 하계올림픽에서 쓰였던 주요 시설을 동계올림픽에 맞춰 개조해 사용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농구경기가 열린 캐딜락 센터는 바닥공사 등을 거쳐 아이스하키 경기장으로 변모한다. 신설하는 경기장도 있는데 국가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들떠 있었던 2008년과는 달리 매우 실용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리에 마무리됐지만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준비 과정을 통해 볼 때 좀 생각해볼 부분이 있어 보인다. 베이징과 장자커우는 인근 도시라고는 하지만 직선거리로 150㎞나 떨어져 있다. 서울과 강원 평창의 직선거리인 127㎞보다 멀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도 평창과 서울에서 동시에 개최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올림픽 이후 가장 큰 문제점은 시설의 사후관리다. 진정한 흑자 올림픽은 사후 활용에 달렸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형 행사를 계속 개최하기도 힘들고 주변 사람이 전체를 활용하기도 힘들다. 시설을 유지하려면 비용이 계속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주변 대도시와 연계해 개최했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국제행사가 개최될 것이다. 한동안 불었던 국제행사 개최 열풍이 좀 가라앉았지만 언제나 과시성 행사는 이어질 것이다. 기왕 개최하는 거라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실용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한양대 인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