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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02일(月)
文대통령 ‘정상회담 목표’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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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욱 美 스탠퍼드대 교수 아·태연구소장

지난 3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이란 파격안을 제시하고 ‘차이나 패싱’이 한국 언론에서 대서 특필되고 있을 때, 평양과 베이징은 조용해 보였지만 실은 며칠 뒤에 열릴 북·중 정상회담 준비로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의 스웨덴 방문이나 최강일 북미국 부국장의 헬싱키 1.5트랙 회의 참석도 북·중 정상회담을 극비에 부치기 위한 연막전술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비공식 대표단급의 인사들을 보내고 언론 역시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지만,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언론조차도 주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 존 볼턴 안보보좌관 등 자신과 호흡이 맞는 강경파 인사들로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북한과는 정상회담에 필요한 물밑 접촉을 지속하고 있었다. 이러한 북한과 미국의 최근 사정을 고려할 때 기존 시각과 발상으로는 제대로 상황을 파악할 수 없음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차이나 패싱’은 애초부터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북·중 간 불화설이 사실이라 해도 그들의 전략적 이해관계는 쉽게 안 바뀐다. 등거리 외교에 익숙한 북한의 진짜 목표는 미·북 정상회담 카드를 활용해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제고된 중국 카드를 다시 한·미 양국에 레버리지로 쓰는 데 있었다. 김정은의 목표는 핵무력·경제건설 병진정책을 통한 부국강병이고, 북한 중심 통일의 꿈을 포기했다고 볼 근거도 없다. 그런데 한국이 너무 성급히 들뜬 건 아닌지 자성해 봐야 한다.

트럼프식 언행에 대한 미국 내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그의 돈키호테식 돌발적 발언도 이제는 나름의 전략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신봉하는 트럼프는 ‘최대 압박, 최대 관여’ 전략을 북한뿐 아니라 동맹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적용하고 있으며, 아무리 북핵 문제가 핫이슈라 해도 워싱턴의 최대 관심사는 여전히 무역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모른 채 통상과 안보를 분리하려고 했던 한국의 전략은 애초부터 통할 리가 없었다. 트럼프는 이 두 사안을 연계시킬 뿐만 아니라, 이를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도 미시적 접근보다는 트럼프에게 필요한 정치적 이득을 주고 대신 실리를 챙기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트럼프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절박감이 크다. 40% 정도의 지지율을 유지하곤 있지만, 상하원을 민주당에 넘겨준다면 러시아 선거 개입, 섹스 스캔들 등으로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탄핵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중간선거 승리에 필요한 지지층 결집을 위해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더욱 밀어붙일 것이고, 북핵이나 한·미 FTA 개정협상도 이러한 큰 틀 속에서 움직일 것이다.

그러면 오는 27일 북한과의 3차 정상회담에 임하는 한국의 목표와 전략은 무엇인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의제로 밝힌 ‘한반도 비핵화, 평화협정, 남북관계 개선’은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회담에서 얻으려는 명확한 목표점이 잘 안 보인다. 북한과 미국은 정상들이 직접 나서 크게 판을 벌이고 있는데 청와대 분위기에서는 어떤 절박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은 판 자체가 흔들리는 비상 국면이다. 경험이 많은 협상가와 전술가도 중요하지만, 큰 판을 읽고 수를 놓을 수 있는 전략가가 절실한 시점이다. 더 이상 김정은과 트럼프의 손놀림만 보지 말고 그 움직임의 지향점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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