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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03일(火)
감옥서 나온 주방장, 영구불임된 종업원과 熱病같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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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랭키와 자니

빽빽이 채워진 테이블과 사람들로 미어터질 것 같은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식당 아폴로는 수십 년간 이곳에 ‘서식’하고 있는 단골들과 종업원들의 삼라만상으로 채워진 작은 세계다. 눈만 마주치면 축구 얘기를 하는 주인 닉을 필두로, 눈앞에 있는 모든 남자를 유혹하는 것을 낙으로 사는 코라(케이트 넬리건) 철 지난 총천연색 머리핀이 유일한 패션 아이템인 네다(제인 모리스), 그리고 과거의 상처로 인해 눈이 떠지는 삶 자체가 지옥인 프랭키(미셸 파이퍼)는 외로운 영혼들이 바글거리는 아폴로식당의 수호신 같은 존재다.

이곳에 낯선 이가 등장한다. 막 감옥에서 나온 자니(알 파치노)는 주방장으로 아폴로에 합류한다. 프랭키는 주방 뒤에서 사슴 같은 큰 눈으로 자신을 힐끔거리는 자니의 시선이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며칠 지나지 않아 자니는 프랭키에게 데이트를 청한다. 망설이는 프랭키의 아파트에 우격다짐으로 찾아간 자니는 결국 데이트에 성공한다. 첫눈에 반했노라 망설임 없이 자신에게 고백을 던지는 자니가 프랭키도 싫지 않다. 도망가 버리고 싶을 정도로 강렬하게 쳐다보는 남자지만, 그럼에도 또 한 번, 마지막으로 그의 사랑을 믿어보고 싶다.

두 사람은 프랭키의 간이침대에서 사랑을 나눈다. 콘돔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어떻게든 자니를 밀어내려 했지만 조용히 등을 쓸어내리는 그의 손길이 너무 좋아서 더 이상은 버틸 재간이 없다. 1912년 발표된 동명의 노래만큼이나 고전적인 만남이지만, 이들의 정사는 너무나도 처절하다. 작은 잘못으로 인해 가게 된 감옥에서 긴 시간 동안 외로움으로, 자책으로 고통받아야 했던 자니에게 프랭키의 출현은 신과의 영접과 진배없다. 과거에 만났던 남자의 폭력으로 인해 영구불임이 된 프랭키는 이렇게 처절하게 파고드는 자니가 두렵지만 애틋하다.

2년 전 타계한 게리 마셜 감독이 ‘귀여운 여인’ 다음 해에 만든 영화 ‘프랭키와 자니’(사진)는 서서히 사랑에 이끌리던 남녀가 격렬한 정사를 나눈 후 클라이맥스를 맞는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 구조와 반대되는 길을 택했다. 서로의 결핍을 채워줄 것이라고 인식한 프랭키와 자니는 일찌감치 관계를 맺지만 하룻밤이 지나면 프랭키가 또다시 자니를 밀어내며 지리멸렬한 원점으로 되돌려놓는다.

그럼에도 자니는 인내한다. 사랑하는, 동시에 사랑해 주고픈 여자에게 “우리는 맞는 사람들(We fit together)”이라며 도망가려는 프랭키를 설득한다. 상투적인 대사지만 자니가 반복해 말하며 로맨틱한 분위기가 고조된다.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어느 밤, 외로움을 채우고자 자니는 거리의 창녀에게 돈을 주고 ‘스푼자세’를 해달라고 요청한다. 자니는 침대에 누워 무슨 체위인지 조롱하듯 묻는 여자의 등 뒤에서 겹쳐 놓은 숟가락처럼 말없이 안겨 잠을 청한다.

자니는 그런 사랑이 필요했던 것이다. 겹쳐 놓은 숟가락처럼 평생을 안겨, 혹은 품어주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 자니에게 프랭키는 분명 그런 사랑이지만 만났던 남자의 폭력으로부터 반평생을 시달려온 프랭키는 어쩌면 자니보다 더욱 스푼자세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자니의 무한대를 넘어선 설득과 인내로 프랭키도 그가 자신의 상처까지도 안을 수 있는 사람임을 확신하게 된다. 프랭키와 자니가 숟가락처럼 누워 안겨 있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외로움과 상처가 오로지 ‘맞는 한 사람의 체온만으로 치유될 수 있는 열병 같은 것’임을 그려낸다.

이 영화를 본 후 잠자리에 들면 뒤척거리게 된다. 전반적으로 우울한 영화의 톤도 작용하지만 무엇보다 누군가의 체온이 지독하게도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오프닝과 엔딩 시퀀스를 장식한 노래 ‘프랭키와 자니’는 영혼의 스푼이 필요한 사람들의 마음을 베고 지나가는 처절하고도 절실한 테마곡이 될 것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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