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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03일(火)
일본의 ‘고흐’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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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꼭 일본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후기 인상파를 대표하는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1888년 3월 16일 프랑스 프로방스에서 동생 테오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요즘 K-팝으로 대표되는 한류가 유럽 등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19세기 유럽엔 ‘자포니즘’, 즉 일류(日流) 열풍이 거셌다. 반 고흐는 벨기에 앤트워프 항구에서 일하던 1885년경 일본 목판화를 처음 본 뒤 660여 점을 수집할 정도로 광 팬이 됐다. 그는 프로방스 아를에 정착한 뒤 일본 판화에서 본 교토(京都) 이미지를 상상하며 그림을 그렸는데 벚꽃을 주제로 한 ‘아몬드 블라섬’이나 일본 승려를 연상시키는 자화상 등이 이때 그려진 작품이다.

17∼19세기 도쿠가와 바쿠후(德川幕府) 체제는 쇄국정책을 고수하면서도 나가사키(長崎)만 제한적으로 개방해 화란(和蘭)으로 불린 네덜란드에 교역 독점권을 줬다. 일본은 네덜란드를 통해 서양을 이해했고, 네덜란드는 일본 문화를 유럽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찾아 방황하던 반 고흐가 일본 미술품을 접하게 된 것도 네덜란드 상인들 덕분이다.

지난 3월 22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고흐 미술관에서는 ‘반 고흐와 일본’ 특별전이 개막됐다. 반 고흐의 일본풍 유화와 스케치 60점이 전시됐는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파리 오르세 미술관, 개인소장품들이 일본 정부와 언론, 기업의 공조 덕분에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은 개막식에서 한국에도 감사를 표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이 인상적이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윤영 주네덜란드 대사는 “반 고흐 미술관의 큰 후원사인 현대자동차 덕분에 한국도 특별 초대국이 되어 뿌듯했다”고 SNS에 올렸다.

쇼군(將軍)들이 이끌어온 바쿠후 체제는 1868년 메이지(明治)유신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올해 메이지 유신 150주년을 맞아 일본 정부가 유럽에서 반 고흐 외교 마케팅을 펼치는 것과 대비하면, 한국의 공공외교가 갈 길은 아직 한참 멀다. 반 고흐는 생전에 단 한 작품밖에 팔지 못했을 만큼 몰이해와 빈곤 속에 살았지만, 사후 그의 작품 ‘가셰 박사의 초상’은 880억 원에 팔렸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오는 6월엔 ‘모래 언덕에서 그물을 고치는 여인들’이 경매되는데 최저 65억여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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