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안보 저해할 ‘편한 군대’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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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성 한미안보연구회 이사 前 세종연구소장

국방부가 지난 3월 27일 발표한 ‘국방개혁 2.0’ 복지·병영문화 개선 방안 중 병사들이 일과 후 외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대해 국민의 절반가량이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됐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병사들에게 평일 일과 후 3시간 동안 외출을 허용하는 데 대해 반대한다는 응답이 49.2%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육·해·공군, 해병대 일부 부대를 중심으로 시범 실시한다는 이 병영문화 개선 방안은 한국군을 오합지졸로 만드는 단초가 될 것 같아 크게 걱정스럽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군 병사들이 대적할 북한군 병사의 복무 기간 10∼12년은 지난 반세기 요지부동이다. 그런데 우리 병사들의 복무 기간은 북한군의 7분의 1 수준으로 단축되고, 병력 수는 북한군이 우리의 2배가 넘는다. 또, 북한군은 10여 년 동안 휴가 1∼2번에, 밤낮없이 우리 국방장관 사진 등을 걸어놓고 군견이 물어뜯도록 하기, 사격명중 훈련을 포함한 고난도·고강도의 체력단련·살생훈련·사상교육 등을 받는다. 남북한의 병영생활을 비교할 때 참으로 걱정스럽다.

복무 기간이 북한군보다 짧은 만큼 불철주야 전투훈련에 몰입한다 해도 국군의 전력은 미흡한 점이 많다. 그런데 이 기간마저 반군반민(半軍半民) 병영문화로 변질될 것 같아 걱정이다. 물론 생지옥 같은 북한군 병영생활을 닮자는 주장은 추호도 아니다. 우리의 절박한 남북 안보 현실을 외면한, 무적 평화국가의 병사들 병영생활 같아 정말 걱정된다는 말이다.

둘째, 이번 개선안이 북한군 제압 차원이 아닌 ‘미군 카투사는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느냐’는 주한 미군 병영문화만을 모방한 개선안 같아 염려가 크다. 미군 카투사 외 이스라엘군, 독일군, 일본 자위대, 중국군 병영문화도 동시에 보라. 견적필살(見敵必殺)하겠다고 이를 갈면서 밤낮없이 초인적인 훈련을 하는, 제대로 된 다른 나라들의 군대 병영생활도 폭넓게 살피면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병사들이 험산준령을 뛰고 달리는 체력싸움만이 아니라 컴퓨터로 결판 내는 ‘네트워크 중심 전쟁(NCW)’ 시대임을 인정하더라도, 참된 군인정신과 고도의 군사훈련으로 단련된 군인들의 멸사보국하겠다는 충성심이 근본이다. 행여 낮에만 잠깐 복무하고 매일 밤 선사후군(先私後軍) 하는 병영문화가 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셋째, 국군 중 많은 병사가 이번 개선 방안을 쌍수 들고 환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병사들이 열렬히 환영하는 인기 품목 병영생활 내용과 전쟁에서 필승하는 실제 전투력과는 어떤 함수관계가 있는지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국가 경영에서 지나친 인기 영합주의는 나라를 망하게 하고, 군에서 병사들 선호·안일함에 주안점을 둔 포퓰리즘은 전쟁에서 패배를 부른다.

끝으로, 전쟁이란 밤에는 휴식하고 낮에만 전투를 하는 게 아니다. 장병들이 일과만 끝나면 외출에 바쁘고, 애인·가족들 면회, 전화 통화에 바빠 전투태세와 전혀 관계없는 병영 분위기가 되는 경우 밤의 기습 침공을 노리는 적에 대한 집체 야간훈련은 언제 하며, 사주경계와 유사시 비상체제 돌입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전 병사가 똘똘 뭉쳐 불침 경계태세를 유지해도 가끔 적의 침공을 막지 못한 사례가 있는데, 일과만 끝나면 결적필살 정신과는 거리가 먼 병영 분위기는 안보에 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