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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현모의 세종이 펼친 ‘진짜 정치’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04일(水)
“관리들의 거짓말은 나라 허무는 짓” 斬刑… 공직 기강을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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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간교(奸巧)한 것을 숭상하여, 배웠다는 사람들까지도 어릴 적에 마음 바르게 하고 뜻 성실히 하는 것(正心誠意)을 배우지 않아서 이 지경에 이르렀다.”

1446년 10월 ‘석보상절(釋譜詳節) 파동’ 때 세종이 던진 일갈(一喝)이다. 당시 세종은 몇 개월 전 사망한 왕비를 위해 불경을 쓰고(寫經), 간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두 아들의 죽음에 이어 왕비마저 사경을 헤매자 왕까지 나서서 부처에게 기도했다. ‘지존(至尊)의 임금이지만 가족의 죽음에 처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면서 슬퍼하는 국왕에 맞서 어느 누구도 불교식 장례를 반대하지 못했다.

사헌부 관리의 상소 한 장이 세종의 분노를 촉발했다. 의정부에서 불경 쓰는 일을 비판하려 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사헌부의 정창손이 먼저 척불(斥佛) 상소를 냈고, 사간원에서도 부랴부랴 글을 올렸다. ‘불사를 크게 일으켜 곡식과 재물 허비하는 것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말을 들은 세종은 지금껏 눈치만 보고 있다가 뒤늦게 남 따라 하는 ‘대세 추종의 풍토’를 비판하는 한편, ‘의정부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알게 됐다’고 거짓말하는 신하들을 호되게 꾸짖었다.

▲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나는 너희를 사대부로 대접하지 않겠다. 소위 배웠다는 자들이 이처럼 줏대가 없고 속이기를 쉽게 하는데, 장차 무슨 일인들 차마 하지 못하겠는가.” 세종의 질책은 끝이 없었다. 세종이 이처럼 크게 성내면서(大怒)까지 ‘간교함 숭상 풍토’를 꾸짖은 것은 신하들의 이중적인 태도 때문이었다. 대다수 신하는 자기 가족의 장례는 불교식으로 치르면서도 국가 장례만은 한사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과거 응시자들이 자기 고장이 아니라 경쟁률이 낮은 곳으로 주소를 옮겨 시험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됐다. 이런 일이 나라 안에서 비일비재해 이미 풍토를 이뤘는데, 이는 ‘어릴 적 공부가 잘못된 때문’이라는 게 세종의 진단이었다.

‘세종실록’에 나오는 수많은 거짓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악의는 없지만 실제보다 과장해서 말하는 ‘허어(虛語)’ 또는 ‘황설(荒說)’ 등의 ‘무근지언(無根之言)’이다. 둘째,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지어내서 하는 말인 ‘사운(詐云)’ ‘망언(妄言)’ ‘천작(擅作)’ 등의 ‘권사(權辭)’다.

세종은 이 두 가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하게 다뤘다. “오랑캐를 대하는 데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하여 외교 영역에서는 때로 권도(權道·목적 달성을 위해 그때그때의 형편에 따라 임기응변으로 일을 처리하는 방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짓말이 때론 진정한 충성의 방법이 될 수도 있음도 인정했다. 고려의 충선왕이 중국 여인에게 미혹돼 귀국하는 길에 그녀의 안부를 알아보게 하자, 이제현은 “이미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져 있었습니다”라고 거짓말해서 체념시킨 것을 세종은 권도의 사례로 들었다. 하지만 그는 세 번째 유형의 거짓말, 즉 자기의 목적 달성을 위해 재판에서 거짓 증언을 하는 ‘무사(誣辭)’, 시험관의 부정 채점인 ‘사운(詐云)’, 왕명을 조작하는 ‘사전(詐傳)’ 등 관직자들의 사실 날조인 ‘무구(誣構)’에 대해서는 칼로 목을 베는 참형(斬刑)으로 다스렸다. 공직자의 거짓말은 곧 국가의 기초를 허무는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피노키오의 나라.’ 지금 우리 사회를 가리키는 부끄러운 이름이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려서 정심성의하는 공부를 철저히 시켜야 한다는 세종의 말, 거짓말한 관리를 가차 없이 처벌했던 그 시대의 엄함에서 한 가지 실마리를 발견한다.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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