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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종대의 동네 집 이야기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04일(水)
비어 있던 교회 리모델링… 오케스트라 공연장·주민 쉼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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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체부동에 있는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 전경. 왼쪽의 교회 건물과 오른쪽 한옥건물 등 2채로 구성돼 있으며 주민들을 위한 연주공간과 마을카페, 세미나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체부동생활문화지원센터 제공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

한옥밀집지역에 서양식 교회
87년간 마을과 함께한 건물
주민들이 市와 협력해 재단장

체부홀, 나무로 된 출입구 2개
교회 초기 남녀 나눠서 출입
천장의 목제트러스 노출시켜
연주에 적합한 높은 공간 조성

한옥별채로 쓰던 금오재 再生
생활자수 등 다양한 강좌 개설


서촌은 ‘경복궁의 서쪽 마을’이라는 뜻으로, 서울의 오래된 한옥마을로 유명하다. 지하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오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이 서촌의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다. 이곳의 기존 이름은 ‘금천교시장’이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고려 시대부터 이곳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돌다리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금천교시장’이 있는 체부동의 이름은 이곳에 있었던 군사를 담당하던 ‘체찰사부’ 또는 ‘체부청’에서 유래됐다.

금천교시장은 생활시장으로서의 면모는 사라진 지 오래됐다. 음식문화거리라는 이름처럼 서촌으로 밀려드는 관광객의 수요에 맞춰 시장 전체가 음식점으로 가득 차 있다. 종로의 ‘피마길’처럼 광화문과 사직공원을 잇는 큰 도로의 배면에 숨어 있는 300m 남짓의 작은 골목길이 시장의 전부다.

하지만 시장길에서 이어진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끊어진 듯하다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한옥의 골목길이 동네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게 한다. 발이 닿는 골목마다 한옥을 배경으로 다양한 경관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골목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붉은색의 서양식 건물은 유서 깊은 한옥마을에서 의외의 모습을 제공하고 있다. 높게 솟은 종탑과 붉은 벽돌은 이 건물이 교회 건축물임을 알려준다. 건물 안에서 들려오는 합창 소리는 이곳이 교회임을 의심하지 않게 한다. 하지만 가까이 가보니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을 달고 있다.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는 비어 있던 교회를 리모델링해서 만든 것으로 주민들과 생활문화동호회를 위한 공간이다.

▲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의 한옥건물인 ‘금오재’. 오른편에 꽃담이 보인다.

한옥밀집지역에 서양식 교회가 들어선 것도 신기하지만, 교회를 문화공간으로 바꾼 것도 평범한 일은 아니다. 1931년에 지어진 ‘체부동 성결교회’가 새로운 곳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이 건물의 활용방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87년 동안 마을과 함께한 유서 깊은 건물을 그냥 없앨 수는 없는 일이었다. 주민들이 나서서 교회·서울시와 함께 머리를 맞대어 결국 이 건물을 보존하기로 하고 서울시가 구입해 문화공간으로 재단장했다.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는 두 개의 건물로 돼 있다. 붉은 벽돌 교회 건물은 생활예술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가능한 공간이고 다른 건물은 한옥으로 주민 커뮤니티시설인 마을카페와 세미나실로 구성돼 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얼굴에 드러나는 것처럼 이 건물 외부도 지나온 이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교회 본당은 벽돌의 긴 면과 짧은 면을 한 층 안에서 번갈아 보여주는 프랑스식 벽돌쌓기 방식으로 돼 있는 반면에 종탑과 건물의 일부는 벽돌의 긴 면으로 한 층을 쌓고 그 위로 짧은 면이 보이도록 쌓는 영국식 벽돌쌓기로 돼 있어 시간을 두고 증축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체부홀’로 명명한 이 붉은 벽돌 건물에는 나무로 된 출입구가 두 개 있는데 교회 초기 남녀 출입을 분리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수리 후에도 그대로 남겨져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 있다. 교회의 내부는 천장을 뜯고 천장 속에 숨어 있던 목제 트러스(truss)를 드러내 연주에 적합한 높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체부홀 한쪽의 유리벽 너머로 부속 건물인 한옥의 모습이 실내로 투영된다. 이 한옥 건물은 ‘금오재’라고 하는데 교회 설립 초기, 금요일에 5명의 학생이 모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교회의 부속 건물로 사용하던 이 한옥을 수리하면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아름다운 꽃담은 건축물 재생의 진짜 가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금오재를 둘러보고 있는데 마침 꽃담을 마주한 한옥의 집주인께서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한옥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있었다. 집주인 할머니를 따라 대문을 열고 들어간 집에서 내가 어릴 적 살던 계동의 한옥집을 떠올릴 수 있었다. ㄱ자로 꺾인 툇마루며 마당 한구석의 연탄창고까지 너무 닮아 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때 같이 놀던 동네 친구들이 대문 밖에 있을 것 같은 상상에 잠시 빠지기도 했다. 오래된 동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감정이었다.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는 지난 3월에 개관했다. 체부홀과 금오재의 세미나실은 사전에 신청해야 사용할 수 있지만 주민들을 위한 마을카페는 언제라도 사용이 가능하다.

또 이곳에서는 생활문화 보급을 위해 캘리그라피, 생활자수 및 플루트, 바이올린을 배울 수 있는 강의도 준비돼 있다. 이곳을 방문한 날 오래된 동네에 울려 퍼지던 음악 소리는 한옥을 배경으로 꿈결같이 다가왔다.

건축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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