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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04일(水)
대학自治 개헌案 뭉갠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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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사회부장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개헌안 제23조 ②항에는 ‘대학의 자치는 보장된다’는 구문이 신설됐다. 같은 조 ①항 ‘모든 사람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뒤에 붙어 있다. 개헌안 제32조 ④항에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된다’고 돼 있다. 현행 헌법 제31조 ④항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와 비교하면 뭘 다르게 하려는지 취지가 읽힌다.

법률로 보장되는 ‘대학의 자율성’을 별도의 헌법 조항 ‘대학 자치 보장’으로 독립시켜 내용과 위상을 대폭 강화한 셈이다. 개헌안 제2장 기본적 권리와 의무를 나열한 조항들 속에 있다. 그동안 대학 자율성·자치가 번번이 하위법에 의해 침해돼 왔다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헌법에 담으려는 접근법 자체는 바람직하다. 이를 굳이 거론하는 이유는 청와대 개헌안이 옳으니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개헌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가 잇달아 드러낸 대학 자치 무시의 이율배반적 행태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서다. 개헌안에 반영하려는 대학 자치 보장 조항은 맥락상 학문과 예술의 자유가 대학의 자치 밖에 있는 외적 요인으로 간섭받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교수와 학생이 학문적 성과와 학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헌법이 보장하겠다는 취지 아닌가. 그런데도 얼마 전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서울 주요사립대학 총장·입학처장에게 2020학년도 정시모집 비율 확대를 요청했다. 사업을 지원하고, 부실사학을 단죄한다는 명목으로 돈줄과 채찍을 쥐고 있는 교육부 고위층의 전화 한 통을 대학이 무시하기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깜깜이·금수저 전형 비판을 받으면서도 비대해진 수시모집의 폐해를 고치긴 해야 해도 입시 방식의 선택은 대학 자율이 원칙이다. 수시모집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라, 말라 강요할 일도 아니다. 현재 교육부가 추진 중인 대학 재정지원사업 재구조화 작업도 겉으로는 대학이 스스로 작성한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재정 집행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혁신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하나 얼마나 개헌안에서 공언한 자치 규정을 충족시킬지는 의문이다. 교육부가 국공립대 총장 선임을 미루면서 수년째 공석 상태를 겪게 했던 것도 또 다른 간섭 폐해 중 하나다. 박 차관의 행보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누누이 밝혀온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대원칙과도 배치된다. 갑자기 유턴한 교육부 기조를 놓고 6·13 지방선거에서의 여권 지원사격용이라는 의구심도 증폭되는 터이다. 김 부총리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대학이 교육과 연구에 몰두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 있었다. 고등교육기관은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겠다”(2월 20일)고 강조했다. 대학의 일은 자치와 시장논리에 대폭 맡기고 교육부는 정책 일관성·예측성·투명성이라는 덕목으로 지원하는 수준에 그쳐야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지 않는다. 대학 자치가 개헌안에만 적힌 구두선에 그치지 않으려면 전화 한 통으로 대학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는 교육부 관료의 힘자랑 인식부터 고칠 필요가 있다.

jupiter@
e-mail 김상협 기자 / 사회부 / 부장 김상협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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