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sumer >상조 가입하면 냉장고?… 납부금 90%가 사은품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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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조업계 결합상품 마케팅 ‘끼워팔기’ 변질

상조계약·가전제품 할부 결합
김치냉장고·안마의자 등 제공

月 납부금 3만9800원 계약 땐
사은품의 할부금이 3만4250원
나머지 5500원만 상조 납입금

계약서 상품별 별도작성이 원칙
서명전 주요사항 꼼꼼히 따져야

#1. A 씨는 2015년 6월 선불식 할부거래 상품(이하 상조상품)에 가입하면 김치냉장고를 사은품으로 주는 줄 알고 B 업체의 상조상품에 가입했다. 2015년 6월부터 월 납부금 3만9800원을 자동이체로 내다가 최근 계약 해제를 신청했다. B 업체는 월 납부금 3만9800원 중 3만4250원은 냉장고 할부금이며, 5500원이 상조 상품 월 납부금이라며 냉장고 할부에 대해선 잔여 할부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A 씨는 월 납부금의 90% 정도가 냉장고 금액이었다니 어이가 없었다.

#2. B 씨는 C 전자 판매점에서 260만 원대의 컴퓨터를 구매하고자 했으나 가격이 부담됐다. 그러던 와중 한 판매원이 100만 원 정도를 할인받는 방법이 있는데 적금을 5만∼6만 원 정도 9년을 내면 된다고 설명하면서 전화만 잘 받아 주라고 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곳은 D 상조라는 곳이었고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이와 관련한 설명을 듣지 못한 B 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B 씨는 고객에게 명확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상조에 가입하도록 하는 D 상조에 화가 났다.

김치냉장고, 컴퓨터 등 가전제품 할인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고가의 안마의자까지 제공하는 결합상품 마케팅이 상조업계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 같은 결합상품 마케팅의 성공은 이후 일부 상조회사가 끼워팔기에 나서며 변질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고가의 안마의자 등을 상조 가입 고객에게 제공하는 데, 계약을 뜯어보면 이는 상조 계약과 안마의자 할부 계약이 합쳐진 형태였다. 즉 모집수당을 재원으로 가전제품을 할인해 주는 것이 아니라 고가의 전자제품을 고객들이 제 돈을 주고 사는 셈이다.

최근 A와 B 씨와 같이 상조상품에 전자제품, 안마의자를 결합해 판매하는 방식의 영업 형태가 일부 상조업체들 사이에서 확산하면서 소비자 피해·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상조회사의 결합상품에 관한 사례를 분석해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피해 사례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피해를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에는 9537건의 상조 관련 상담이 접수됐다. 이 건수는 주간 평균 183건에 이른다. 지난 2014년 1만7083건, 2015년 1만1779건으로 줄어들던 추세였다. 하지만 2016년 9472건에서 지난해에 다시 증가하는 모습이다.

홍정석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할부거래과장은 “상조 회사의 결합상품을 계약할 때는 계약서가 별도로 작성되거나, 하나로 작성되더라도 상조상품과 전자제품 계약이 별도로 구분된다”며 “따라서 소비자는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각 계약대금과 월 납부금, 납부 기간 등 계약의 주요 사항을 꼼꼼하게 따져야 피해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조상품은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 전자제품은 제품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안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다만 결합상품은 상조상품과 전자제품 계약 상대방이 각각 다를 수 있으므로 철회 신청을 개별적으로 해야 한다. 내용증명 우편발송 등 서면을 통해 해야 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장의 산업과 할부금융이 결합한 상조 상품이 정식 산업으로 인정받은 지 10여 년이 지났다. 지난해 기준 가입자 500만 명을 돌파했으며, 회원들이 낸 선수금은 4조4866억 원에 이르는 등 상조 산업은 급격한 성장과 동시에 각종 피해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서 시작된 상조업은 1982년 부산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상조업은 2007년 정부로부터 정식 산업군으로 인정받았다. 2010년 정부는 상조회사를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상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로 분류했다.

상조 회사는 회원을 모집한 뒤 이들로부터 매월 일정액의 회비를 받고 회원 가족이 사망하면 장례식에 필요한 물품과 인력을 제공한다. 노령 인구가 증가하는 데다 소비자들이 맡긴 돈에 대한 관리가 느슨해 돈벌이가 된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성격인 보험의 경우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등 자산 운용 규제가 많다. 따라서 상조 회사는 낮은 진입장벽에 수익성이 높다고 알려지면서 2010년 상조회사로 등록한 업체는 337개사에 달했다. 이후 시장 정체와 마케팅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2015년에는 228개사로 줄었다. 2016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97개, 168개로 부실 회사가 정리되고 있다.

그동안 상조 회사는 법정 자본금 3억 원 이상 기준만 충족시키면 별도의 자격심사 없이 지방자치단체 등록 후 영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2016년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3년의 유예 기간을 통해 오는 2019년 1월 25일까지 법적 자본금 15억 원 이상 기준을 충족 후 재등록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162개 상조회사 중 법적 자본금이 15억 원을 밑도는 곳은 전체의 88%인 140개사에 이른다. 이중 ‘자본금 3억 원’은 100개사에 달한다. 1년 기간 동안 12억 원 이상 자본금을 충원하지 못하면 100개에 달하는 상조회사가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셈인데, 자본 증액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공정위 관계자는 “2016년 자본금 증액 발표 이후 자본금 15억 원 기준을 충족한 업체는 지금까지 단 4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