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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05일(木)
‘책의 해’와 脫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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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 부장

25년 만에 ‘책의 해’가 재등판했다. 올해는 정부가 정한 ‘책의 해’다. 1993년에 이어 두 번째이다. 첫 번째 책의 해는 한국 사회가 문화 예술의 가치와 가능성에 본격적으로 눈을 뜨면서 진행한 ‘예술의 해’ 사업이었다. ‘예술의 해’는 1991년 ‘연극·영화의 해’를 시작으로 ‘춤의 해’ ‘책의 해’ ‘국악의 해’ ‘미술의 해’ ‘문학의 해’로 이어졌다. 이 25년 동안 한국 대통령은 6명이 바뀌었고, 1인당 국민소득은 1993년 1만 달러를 넘고 2007년 2만 달러를 돌파해 현재 3만 달러를 앞두고 있다. 한국 영화, 한국 음악가는 국제 영화제와 콩쿠르를 휩쓸고 한류라는 이름으로 한국이 세계적 문화 파워로 떠올랐지만, 책은 다시 ‘책의 해’라는 긴급 수혈이 필요한 위기 상황을 맞게 됐다.

다독가이자 장서가였던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책이야말로 ‘완벽한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책은 수저, 망치, 바퀴처럼 한번 발명되면 더 나은 것을 발명할 수 없는 그런 물건”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인터넷 시대가 돼도 책의 용도에 관한 한 그 무엇도 책을 대체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에코의 말을 받아 미국 작가 조 퀴넌은 “어떤 것들은 존재 그대로 완벽해 개선이 필요 없다”며 “하늘, 태평양, 자식을 본다는 것, 골드베르크 변주곡 그리고 책이 그렇다”고도 했다. 하지만 에코와 퀴넌이 ‘하나의 완벽한 전달 체계’라고 한 책의 운명은 순탄치 않다. 책이 더 이상 문화와 지식의 중심이 아닌 것은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우리의 ‘탈(脫)독서’ 흐름은 유난하다.

빠른 인터넷 속도만큼 한국의 독서율은 빠르게 추락 중이다. 얼마 전 발표된 국민 독서 실태 조사를 보면 한국 성인의 독서율(1년에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사람 비율)은 59.5%로, 성인 10명 중 4∼5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떨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이런 위기 속에 다시 등장한 ‘책의 해’는 22, 2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책 축제 ‘누구나 책, 어디나 책’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책과 관련된 영상을 올리는 북튜버, 북캠핑, 북클럽, 심야 책방, 10분 독서, 책 마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연중 계속된다. ‘책의 해’ 행사들의 모든 초점은 독서운동 차원에서 많은 독자가 책과 책 읽는 기쁨을 발견하는 데 맞추고 있다. 순간의 기쁨과 즐거운 경험이 계기가 돼, 일상에서 다시 책을 펴게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프로그램도 1년 한정 ‘책의 해’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책 트럭이 서점이 없는 동네를 찾아가고, 특별한 날 동네 서점이 밤새 열리고, 도서관에서 북캠핑을 하며 직장에서 짬을 내 10분간 책 읽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올 한 해로 끝나는 것은 더 아쉽다. 책의 해는 몇 명이 찾아와 몇 권을 읽었나를 계산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특별한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오히려 독자들에게 호응을 받은 프로그램, 가능성이 보이는 프로그램들을 찾아내 이들을 일상 속 문화로 만드는 새로운 출발점이 돼야 한다. 그러니 책의 해는 2018년을 넘어, 지속돼야 한다.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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