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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05일(木)
전화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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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경질 공식 발표를 트위터로 해 화제가 됐다. 바야흐로 대면 접촉이나 음성 통화보다 문자메시지와 메신저로 소통하는 시대다. 통화 기피를 넘어 두려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통화 기피증, 이른바 ‘콜포비아(call phobia)’다. 고객 폭언에 시달리다 콜포비아를 겪는 감정노동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급한 사정이 없는데도 통화를 회피하거나, 하던 일을 그만두면서까지 전화 받기를 꺼리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모르는 번호는 아예 받지 않고, 아는 번호도 받고 싶지 않으면 안 받는다. 문자는 생각하면서 답장을 쓸 수 있지만, 전화는 즉각적으로 목소리 분위기까지 전달된다.

영상 통화까지 자유로워진 세상인데, 실상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개인주의와 편의주의가 확산된 탓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도 전화가 편한 부모 세대와, 문자가 편한 자식 세대가 서로 소통 방법이 달라 갈등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최근 잡코리아가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순간’을 조사한 결과 ‘전화벨이 울릴 때’가 39.4%로 2위에 올랐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조사한 결과에도 스마트폰 이용 목적으로 채팅과 메신저를 선택한 사람이 79.4%에 달했다. 스마트폰 본래 목적인 통화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10∼20대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모바일 청첩장이 유행이다. 부고나 경조 행사도 마찬가지다. 1876년 그레이엄 벨이 전화기를 특허출원한 이래 14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와 기술 경쟁은 날로 진화하고 있지만, 전화 활용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통화를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삶은 한층 편리해졌지만, 부작용도 함께 커지고 있다. ‘부모님 전 상서’ 식의 편지를 전화가 대신하면서 생각과 삶의 품격이 떨어졌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제 통화도 귀찮다며 ‘모바일 단문(短文)’으로 대체하려 한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다시 편지를 쓸 수 있는 시대가 왔는데, 편지의 장점은 사라졌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인간이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과학기술의 노예로 전락할지 모른다. 모바일 시대에 인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손편지든, 음성 통화든 방법은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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