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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06일(金)
더 더 더 많이…‘단일 품종화’가 부른 작물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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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제국의 몰락 / 롭 던 지음, 노승영 옮김 / 반니

먼저 바나나 이야기부터. 바나나는 참 유용한 식물이다. 노랗고 달며 껍질을 벗겨 먹기가 쉽다. 칼륨, 비타민 등을 고루 함유한 영양식이며 요즘은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아마 출근길 바쁜 아침에 식사 대용으로, 헬스장의 다이어트식으로 애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쯤 이런 호기심을 가져본 적은 없는가. 이 땅에서 잘 재배되지도 않는 바나나는 어디서 왔으며, 왜 이렇게 풍부하고 모양이나 맛이 비슷할까.

바나나의 고향은 중앙 및 남아메리카다. 과테말라, 에콰도르, 브라질 등지에서 재배하던 것이 유럽과 북미, 아시아로 전해졌다. 1950년대부터는 미국 유명 식품회사인 유나이티드프루트(현 치키타 브랜즈 인터내셔널)가 과테말라 등지에서 거대 농장을 운영해 대량생산했다. 바나나 생산은 산업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먹을거리가 풍부해 좋았다.

그러나 이런 풍요로움 뒤에는 역설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모두 ‘캐번디시(Cavendish)’라는 단일품종이다. 어떤 동식물이든 다양한 종(種)이 있기 마련인데 바나나는 예외다. 한정된 공간에서 빨리 대량생산하기 위해 생산성이 높은 하나의 품종이 선택되고, 획일적으로 재배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다음에 찾아왔다. 단일품종은 위험 요인이 많았다. 특히 하나라도 병충해에 걸리면 전부가 잘못될 수 있었다. 실제로 1890년 바나나를 썩게 하는 ‘파나마병’이 발생해 중미 농장을 초토화했다. 균류가 질병을 일으킨다는 게 미처 밝혀지지 않았던 19세기 말이라 속수무책이었다. 많은 과학자가 원인을 연구했으나 결국 최종 선택한 것은 바나나 품종의 교체였다. 1950년대 캐번디시가 대량생산되기 전까지 우세했던 품종은 ‘그로 미셸(Gros Michel)’. 그러나 지금은 그걸 맛볼 수조차 없다.

다음엔 감자 이야기. 감자는 바나나보다 우리에게 더 친숙한 식품이다. 감자하면 강원도가 떠오를 만큼 토속적이지만 실은 감자도 외래종이다. 19세기 초 북방에서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자의 원산지는 남미의 안데스 산맥이다. 15세기 스페인의 탐험가 프란시스코 피사로에 의해 남미에서 유럽을 거쳐 아시아로 전파됐다. 역시 맛과 생산성이 좋은 ‘럼퍼(Lumper)’ 종이 대부분이고 안데스 산맥에서 자라던 다른 수많은 종은 경쟁력을 잃고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 품종도 아일랜드에서 큰 위기를 겪었다. 1843년 미국 뉴욕에서 발견된 ‘감자역병’이 2년 만에 유럽까지 번져 감자가 죽어 나갔다. 감자 의존도가 어느 나라보다 높았던 아일랜드에서는 감자 기근으로 1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나중에 이 병에 대한 해결책이 나왔지만 너무 많은 것을 잃은 뒤였다. 그리고 더욱 우려되는 것은 종의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획일적 대량생산 방식이 재고되지 않는 한, 19세기에 벌어졌던 끔찍한 ‘멸종’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비단 바나나와 감자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북미의 옥수수, 유럽의 밀, 아시아의 쌀도 그러하며 축산물과 해산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이제는 연례행사처럼 돼 버린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 등은 미래 인류의 생존을 강하게 위협하고 있다.

응용생태학자인 저자는 “농업의 미래가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는 “거대 기업이 만든 입맛에서 벗어나 다양한 품종을 구입하거나 고기 소비를 줄여, 버리는 음식을 감축하는 것만으로도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다”면서 “자연과의 공존이 인류의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400쪽, 1만8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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