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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06일(金)
재활용 쓰레기 대란… 中, 24種 수입제한 ‘직격탄’, 국내 發電用 수요도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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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포장 등 생활폐기물 급증
정부예산은 9.9% 깎여

年730만t 재활용 처리하던 中
플라스틱 등 전격 수입 금지

발전소 고형연료 쓰던 폐비닐
미세먼지 문제 정부단속 강화

정부 공공소각장 처리 확대하고
동남아로 수출지역 다변화키로

서울·경기, 수거비용 개선 대책
현장서는 수거여부 혼란 여전

종업원 5인이하 영세업체 77%
폐자원 가격급락에 수거 거부

R&D·처리시설 예산 줄였는데
폐기물은 6년새 4000t 증가


최근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예고된 몸살이었다. 표면상 지난 1일 터져나왔지만, 속으로 곪을 대로 곪은 상황이었다. 환경보호에 대한 무감각, 의도적인 인지 회피에다 정부의 안이한 인식, 탁상행정까지 겹쳤다. 시간문제였을 뿐 언젠가는 터질 참사였다는 의미다. 언제 치유될 수 있는지 막막하다는 점이 문제다. 2일 환경부가 수도권 지역의 폐비닐·폐스티로폼 등 재활용 쓰레기 수거 거부 사태와 관련해 민간업체들과 협의해 정상수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고 했지만, 현실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6일 현재도 현장의 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와대 청원사이트에는 재활용 정상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글이 닷새 만에 230건이 게재됐다. 청원 글에는 “우리나라에 외국 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 “과대포장 문화를 바꿔야 한다” “이번에 재활용을 제대로 하는 방법을 널리 알리고 인식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등의 자성과 정책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1 왜 발생했나

지난 1일 수도권 소재 재활용 수거·선별업체들이 폐비닐과 폐스티로폼의 수거를 거부하면서 대란이 시작됐다. 재활용 업체들은 그동안 각 아파트에서 사들인 재활용품을 중국에 수출해 왔지만, 중국이 폐자원 수입 규제 등을 이유로 재활용품 수입을 중단하면서 폐자원 가격이 급락했다. 이 때문에 재활용 업체들이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등을 처리하지 못하게 돼 수거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서 지금의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폐비닐 같은 경우 오물 제거 작업까지 해야 해 이윤이 없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중국 요인이 촉발제가 됐지만 오랫동안 국내 요인도 축적돼 왔다. 특히 과거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로 적극 육성했던 고형연료(SRF)가 지금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환경파괴 주범으로 몰리면서 그 원료가 됐던 가정집 폐비닐이 애물단지가 됐다는 점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전국 가정집에서 나온 폐비닐 41만8000t(2016년 기준)의 70% 이상은 SRF로 만들어져 발전소 등에 팔려 왔다. 나머지는 대부분 국내에서 소각·매립됐다. 전체 발생물량의 25%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폐플라스틱과는 처리 경로가 완전히 다르다. 재활용 업체들은 “발전소 등의 SRF 수요가 줄고 정부 단속이 강화되면서 폐비닐을 수거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2 中 수입제한 이유

중국이 올해 1월 1일부터 재활용 쓰레기 수입에 대해 강화된 규제를 적용한 데는 산업화에 따른 자국 내 상황 변화 요인이 크다. 40여 년간 시행해온 정책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뜻이다. 2016년 한 해에만 폐지, 폐금속, 폐플라스틱 등 730만t의 재활용 쓰레기를 수입해 가공하거나 열병합 발전 원료로 활용했는데 이는 전 세계 재활용 쓰레기의 절반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이런 정책은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이렇게 얻은 재활용 원재료가 중국 안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저렴했기 때문이다. 이후 중국 경제가 성장하고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쓰레기 재활용으로 인한 이익보다 피해가 더 크다는 여론이 커졌다. 중국 정부도 이를 감안해 지난해 7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서한을 보내 환경 보호와 보건위생 개선을 위해 수입 재활용 쓰레기 제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재활용 쓰레기 가운데 많은 양이 제대로 세척되지 않거나 재활용할 수 없는 물질과 뒤섞여 들어온다고 지적하면서 분류가 안 된 종이와 낮은 등급의 플라스틱병 등 24종류의 고체 쓰레기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예고했다.

3 외국의 대응 사례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 규제 강화 조치로 영향을 받게 된 나라들의 대응과 반응은 제각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매년 50만t의 폐플라스틱을 중국에 수출해왔던 영국은 오는 2042년까지 불필요한 폐플라스틱을 없애는 내용의 환경 보호 정책을 수립했다. 비닐봉지를 5펜스에 팔도록 하는 유료 판매 제도를 대형마트에서 모든 소매점으로 확대하고 폐플라스틱 처리 관련 친환경 연구에 정부 자금도 지원한다. 캐나다는 종량제 봉투 사용 등 자체 쓰레기 처리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때아닌 재활용 쓰레기 호황을 맞고 있다. 중국 재활용 쓰레기 회사들이 동남아 지역에 처리 시설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폐플라스틱 수입량은 2016년 34만t에서 2017년 55만t으로 증가했고 말레이시아도 같은 기간 29만t에서 45만t으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발 빠르게 자국 내 대응책을 강구해 온 것과 별개로 지난달 23일 WTO상품무역이사회에 중국의 고철 수입 금지 조치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완고하다.

4 정부 대책과 한계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2일 ‘1차 긴급대책’을 내놓았다. 재활용 업체의 처리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해 이르면 이달 중 재활용 선별 후 발생하는 잔재물(폐비닐류 등)을 ‘사업장폐기물’이 아닌 ‘생활폐기물’로 분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럴 경우 재활용 업체들은 민간처리업체가 아닌 공공소각장에서 종전대비 5분의 1 비용으로 잔재물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환경부는 또 대중국 수출 물량 일부를 베트남 등으로 전환하는 것 외에 국내 폐지·폐플라스틱 사용업계에 국내 배출 물량 사용을 늘려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관리를 받지 않았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재활용품 처리에 대한 지자체 관리 권한도 강화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번 긴급조치에 이어 오는 5월 폐비닐·일회용컵 등 플라스틱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재생원료 가격을 안정화하는 내용의 종합대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환경부의 ‘정상화’ 발표 후에도 수도권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환경부는 소관 기관인 한국자원순환유통지원센터에 ‘수거 동의’를 받으라고 떠넘겼고, 지원센터는 업체들에 전화 협조요청만 하다가 5일 뒤늦게 현장점검에 나섰다. 공공소각장에 여유가 있다는 환경부 발표와는 달리, 실제 공공소각장도 포화 수준이어서 또 다른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5 수도권 지자체 대응

서울시와 경기도 등은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수거 업체가 예전처럼 폐비닐 등을 정상 수거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수거 업체가 수거를 거부할 경우 기초단체가 직접 수거에 나서는 방안도 마련했다. 서울시는 수거 업체들이 폐비닐과 폐스티로폼이 오염됐다는 이유로 수거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출 기준을 명확하게 적은 안내문 5만4000여 부를 제작해 배포했다. 또 재활용 업체의 경영 개선을 위해 △폐지 등 폐자원 해외 수입 제한 △재활용 물품 관급공사 사용 의무화 △대형 제조업체의 폐비닐류 재활용 의무비율 상향 등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경기도는 앞으로 폐기물 처리 대란을 막기 위해 현행 1㎏에 50원인 폐비닐 수거 보조금을 100원으로 올리고, 시·군이 공공 생활자원회수센터를 신·증설할 경우 국비를 지원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건의했다.


6 다른 시·도 상황은

부산·대구·광주 등 지방 대도시에서는 아직 재활용품 수거 거부 등과 같은 대란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강구 중인 일부 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주민들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광주시의 경우 대부분 1990년대에 건립된 각 구청 자체 선별장이 협소해 주택·상가의 폐기물 처리도 버거운 상황에서 아파트 물량까지 쏟아질 경우 큰 혼란이 예상된다. 부산에서는 4만여 가구 아파트 재활용품을 처리하는 32개소 업체들이 “재활용품 분류를 제대로 안 하고 내놓은 쓰레기가 많아 4월 말까지 개선이 안 되면 수거를 거부하겠다”고 밝혀 파장을 예고했다. 대구는 생활폐기물 대행업체가 8개 구·군과 맺은 수거 계약이 올 연말부터 내년 말 사이에 끝나는데, 이후 이 업체가 수거 수수료 인상을 요구할 경우 진통이 예상된다.

7 재활용 처리 과정

재활용 쓰레기는 포장재별로 처리 방법이 다르다. ‘생각한 그대로 만들다’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용어인 플라스틱은 재활용 과정을 통해 어떤 물건이든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 가령, 필름류 등 복합재질 포장재는 수집·선별→압축·운송→반입·분쇄→용융압출 및 성형·열분해·압출성형 등의 단계를 거쳐 ‘재생원료·재생제품·고형원료’로 재탄생한다. 페트병은 에스터를 적어도 85% 이상 함유하는 합성고분자로부터 제조된 섬유를 뜻하는데 ‘선별→분쇄→세척→탈수→건조’ 과정을 거쳐 ‘부직포·끈·옷걸이·솜’ 등으로 재활용된다. 유리로 된 병은 ‘이물질 선별→색상 선별→분쇄가공’ 등의 과정을 거쳐 ‘유리블록·재활용 병’ 등으로 다시 돌아온다. 우리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하는 금속 캔은 재활용 과정을 통해 ‘철근·자동차부품’으로, 폐지는 ‘휴지·미용 티슈’로 다시 태어난다.

8 예산과 인력 실태

공교롭게도 폐자원 에너지화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 128억 원에서 올해 72억 원으로 절반(-43.5%) 가까이 줄어 있는 상태다. 융자사업도 46억 원(-3.4%) 감액됐다. 올해 환경부 전체 예산은 5조7082억 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재활용쓰레기 대란과 관련된 자원순환 부문은 9.9% 깎인 3147억 원에 불과하다. 우선, 예산 비중이 가장 큰 폐기물처리시설 확충사업의 경우 전년 대비 9.1% 줄어든 1270억 원, 재활용 및 업사이클센터 설치사업 예산은 지난해 109억 원에서 올해 2억 원으로 대부분이 삭감됐다. 이 밖에도 생활자원 회수센터 확충(-33.9%·-34억 원), 농촌 폐비닐처리사업(-35.4%·-21억 원) 등도 사업예산이 크게 축소됐다. 반면, 국내 생활폐기물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0년 4만9159t이던 생활폐기물이 2016년에는 5만3772t으로 증가했다. 이 중 지자체가 처리하는 비중이 63%이고, 나머지 37%는 민간 처리업체가 맡고 있다. 생활폐기물 처리에 투입되는 지자체 인력은 전국적으로 1만9089명으로, 처리업체(1만4861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장비는 지자체가 처리업체보다 3~4배 정도 많다.

9 재활용 업체 현황

한국환경공단의 ‘폐기물 활용실적 및 업체현황’(2017)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폐기물 재활용업체로 허가받았거나 신고한 업체는 2016년 현재 6085개사다. 재활용 업체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4000여 곳 정도 수준이었으나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업체 대부분은 영세한 상황이다. 폐시멘트 등 지정폐기물을 처리하는 대기업을 빼면 종업원 없이 사업자 혼자 일하는 업체가 3129곳이나 되고 종업원 1~5명으로 운영되는 업체가 1563곳에 달한다. 이런 영세업체가 77.1%를 차지한다. 심지어 이들의 연간 총매출액은 1억 원도 채 되지 않는다. 판매액이 100억 원 이상인 업체는 1.6%에 불과하다. 국내 재활용 산업이 영세업체 위주로 구성돼 있다 보니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운 형편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16년에 내놓은 ‘자원순환사회 전환 촉진을 위한 재활용산업 활성화 방안’ 연구보고서는 “국내 재활용 산업이 ‘님비(NIMBY) 현상’으로 부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고,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10 과대포장 문화

산업계의 과대포장 문화로 인한 쓰레기 발생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설·추석 명절 선물세트가 대부분 플라스틱, 일회용품 등을 활용한 과포장을 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일이나 신선식품 선물의 경우 특히 스티로폼이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다. 매년 명절 때마다 지자체들이 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과대포장 단속에 나서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최근에는 온라인 유통이 급증하면서 택배 이용 시 제품 손상을 막기 위한 완충재 사용도 많아져 포장 쓰레기 양이 더 늘어나고 있다. 유통업계는 가성비 좋은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불필요한 포장, 부자재를 없애는 방법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선물세트도 점차 포장보다는 실속이라는 인식이 많아지면서 조금씩 포장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다”며 “다만, 온라인 배달 상품의 경우 완충재를 대체할 방안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완·유회경·신선종·유현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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