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4.23 월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후여담
[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06일(金)
농담의 품격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김회평 논설위원

지난해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 밤하늘에 괴비행체가 떠도는 모습이 잡혔다. 할리우드 연예인들까지 ‘내가 본 것이 UFO 맞나’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일대 소동 끝에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우주사업체인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로켓으로 확인됐다. 잠시나마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북한에서 날아온 핵 외계인 UFO’란 농담을 달았다. 요란하게 사업을 홍보하는 한편, 핵 개발에 몰두하는 북한을 외계인으로 비꼰 것이다.

재기 발랄하던 머스크가 넉 달 뒤 자충수로 무너졌다. 1일 만우절을 맞아 ‘테슬라가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는 글을 올렸다. 직후 ‘농담’이라고 밝혔으나 시장은 웃어주지 않았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차의 운전자 사망, 전기차 ‘모델3’ 출고 지연, 유동성 위기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다. 직후 주가는 폭락하면서 ‘4개월 후 파산’이란 비관론까지 나왔다. 스티브 잡스를 잇는 혁신 아이콘으로 통하던 머스크의 자해(自害) 농담이다.

밀란 쿤데라의 ‘농담’에는 별생각 없이 던진 얘기에 삶이 조각난 젊은이가 나온다. 스탈린 소련이 1948년 체코를 ‘해방’시킨 이듬해 대학생 주인공은 여자친구에게 엽서를 보낸다.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분위기는 어리석음의 악취를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 그는 당에서 제명되고, 학교에서도 쫓겨나 탄광 부대에서 15년을 보낸다. 쿤데라는 맹목적 신념이 판치는 사회를 풍자했겠지만, 무모한 농담이 자기파멸로 이끌 수 있는 사례로도 읽힌다.

예술단 방북에 동행한 정부 인사와 취재진에게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얘기한 것은 참 고약했다. 김영철은 2010년 천안함 폭침 때 정찰총국장이었고, 당시 정부도 배후로 지목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청와대나 국방부는 애써 언급을 회피했다. 농담쯤으로 치부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46명의 희생자 유족들에겐 피눈물이 흘렀을 말이다.

소설가 김중혁은 “인생의 비밀은 쓸데없는 것과 농담에 있다”고 했다. 농담은 삶의 재채기 같은 것이다. 예기치 않는 비틀기로 무거운 공기를 한순간 깨뜨린다. 그러니 웃자고 하는 얘기에 죽자고 덤벼들면 놀림감이 된다. 농담의 전제는 상대를 향한 배려다. 그게 없으면 조롱이 되고 폭력이 된다. 농담에도 품격이 있다.
[ 많이 본 기사 ]
▶ 北 리명수, 김정은 연설 중 졸다 ‘저승사자’에 딱 걸려
▶ 에이스급 류현진 ‘약팀에만 강한 5선발’ 꼬리표 뗐다
▶ “뭐가 그리 떳떳해”…아내 불륜 상대 살해, 징역 8년
▶ 개그맨 전유성이 이끈 청도 ‘철가방극장’ 폐쇄 위기
▶ 베트남전 찾은 박항서 감독 “베트남, 강합니다”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현영철 前 인민무력부장, 졸음 빌미 ‘불경죄’로 처형…리명수 운명은?북한 군부 서열 2위인 리명수 총참모장이 지난 20일 김정은 국무위..
mark미국 알몸괴한 총기난사…내슈빌에서 3명 사망·4명 부상
mark조현아·조현민 그룹 경영서 손 뗀다…조양호, 대국민 사과
“김위원장, 폼페이오에 ‘내 배짱과 맞는 사람 처음..
[속보]사드기지 진밭교서 경찰 강제해산…주민 12..
軍, 대북확성기 방송 오늘부터 전격 중단
line
special news 에이스급 류현진 ‘약팀에만 강한 5선발’ 꼬리표 ..
괴물로 돌아온 류현진, 시즌 초반 수모 딛고 평균자책점 1.99 맹활약‘약팀에만 강한 다저스의 5선발 투수..

line
박인비, LA 오픈 준우승…2년 6개월 만에 세계 1위..
“트럼프의 비핵화란 핵무기없는 완전 비핵화”
“뭐가 그리 떳떳해”…아내 불륜 상대 살해, 징역 8..
photo_news
베트남전 찾은 박항서 감독 “베트남, 강합니다..
photo_news
‘한예슬 의료사고’ 차병원 “회복 지원…보상 논..
line
[북리뷰]
illust
철학, 아이돌에 ‘입덕’하다
전례 없던 일이긴 하다. 다들..
[인터넷 유머]
mark초보 공무원 mark남편이 좋아했던 여자
topnew_title
number 캐디에서 챔피언으로…전가람의 인생 역전
中, ‘반도체 굴기’ 박차…투자 늘리고 인재 빼..
개그맨 전유성이 이끈 청도 ‘철가방극장’ 폐..
‘세계 최고령’ 일본 할머니 117세로 별세…후..
서울 한강서 탯줄 달린 영아 시신 발견…경..
hot_photo
‘완벽 투구폼’ 설인아 시구
hot_photo
‘EDM 슈퍼스타’ DJ아비치 28세로..
hot_photo
내 친구처럼 편안한 속옷 모델…..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