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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06일(金)
농담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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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지난해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 밤하늘에 괴비행체가 떠도는 모습이 잡혔다. 할리우드 연예인들까지 ‘내가 본 것이 UFO 맞나’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일대 소동 끝에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우주사업체인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로켓으로 확인됐다. 잠시나마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북한에서 날아온 핵 외계인 UFO’란 농담을 달았다. 요란하게 사업을 홍보하는 한편, 핵 개발에 몰두하는 북한을 외계인으로 비꼰 것이다.

재기 발랄하던 머스크가 넉 달 뒤 자충수로 무너졌다. 1일 만우절을 맞아 ‘테슬라가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는 글을 올렸다. 직후 ‘농담’이라고 밝혔으나 시장은 웃어주지 않았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차의 운전자 사망, 전기차 ‘모델3’ 출고 지연, 유동성 위기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다. 직후 주가는 폭락하면서 ‘4개월 후 파산’이란 비관론까지 나왔다. 스티브 잡스를 잇는 혁신 아이콘으로 통하던 머스크의 자해(自害) 농담이다.

밀란 쿤데라의 ‘농담’에는 별생각 없이 던진 얘기에 삶이 조각난 젊은이가 나온다. 스탈린 소련이 1948년 체코를 ‘해방’시킨 이듬해 대학생 주인공은 여자친구에게 엽서를 보낸다.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분위기는 어리석음의 악취를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 그는 당에서 제명되고, 학교에서도 쫓겨나 탄광 부대에서 15년을 보낸다. 쿤데라는 맹목적 신념이 판치는 사회를 풍자했겠지만, 무모한 농담이 자기파멸로 이끌 수 있는 사례로도 읽힌다.

예술단 방북에 동행한 정부 인사와 취재진에게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얘기한 것은 참 고약했다. 김영철은 2010년 천안함 폭침 때 정찰총국장이었고, 당시 정부도 배후로 지목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청와대나 국방부는 애써 언급을 회피했다. 농담쯤으로 치부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46명의 희생자 유족들에겐 피눈물이 흘렀을 말이다.

소설가 김중혁은 “인생의 비밀은 쓸데없는 것과 농담에 있다”고 했다. 농담은 삶의 재채기 같은 것이다. 예기치 않는 비틀기로 무거운 공기를 한순간 깨뜨린다. 그러니 웃자고 하는 얘기에 죽자고 덤벼들면 놀림감이 된다. 농담의 전제는 상대를 향한 배려다. 그게 없으면 조롱이 되고 폭력이 된다. 농담에도 품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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