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대통령의 ‘李여사 경호 지침’이 法治와 거리 먼 이유

고령의 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국가적 예우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올해 96세인 이희호 여사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반자로서 평생 민주주의와 여성 인권을 위해 헌신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방법이 잘못되거나 불필요한 시비를 유발하게 되면,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예우는커녕 욕보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밝힌 ‘이 여사 경호 연장’ 입장은 그 취지를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부적절했다. 우선, 개인적 존경심과는 별개로 현행법을 지켜야 한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에 따르면, 퇴임한 대통령과 배우자는 퇴임 후 최대 15년 간 청와대 경호처의 경호를 받을 수 있다. 이 여사의 경우, 이 기간이 지난 2월 24일 만료돼 경찰 이관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이 ‘청와대 경호 계속’ 지침을 내놓은 것은 법치(法治)와 거리가 먼 발상이다.

둘째, 문 대통령은 법률가 출신임에도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했다. 경호법에는 대통령과 부인에 대한 경호 기간이 명문(明文)으로 적시돼 있음에도, ‘그 밖에 처장이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내외 요인’(제4조 1항 6호)이라는 다른 조항을 적용했다. 대통령이 나서 법을 이현령비현령 식으로 해석하면 ‘법의 지배’는 무너지게 된다. 문 대통령이 이미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힌 상태에서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는데, ‘코드 해석’ 시비만 키울 뿐이다.

셋째, 경호법은 이미 이 여사를 위한 ‘위인설법(爲人設法)’지적을 받고 있다. 원래 전직 대통령 및 배우자 경호 기간은 7년이었다. 이 여사의 경호 기간 만료에 임박해 2010년에 10년으로 연장, 2013년엔 또 5년을 추가할 수 있게 경호법이 개정됐다. 청와대와 여당은 다시 5년을 추가하려 한다. 경찰로 이관된다고 해서 경호가 중단되는 것도 아니다. 문 대통령 언급대로 ‘이 여사의 신변 안전이 갖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면, 경찰 경호를 강화하면 된다. 청와대는 위인설법과 무리한 법 해석을 중단하고, 이 여사는 추가 경호를 사양하는 것이 국민으로부터 더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