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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역사 속 ‘사랑과 운명’ 게재 일자 : 2018년 04월 09일(月)
조선시대 후궁은 행복했을까?…왕비 그늘 속에 살면서 정식 혼례 못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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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에브리원 ‘조선왕조실톡 -조선의 사랑꾼, 헌종’편에서 경빈 김씨 역할을 한 스텔라 효은(왼쪽)과 헌종 역의 권도균. 자료사진

궁궐서 왕 알현하는 것이 전부
정1품~종4품 공식품계 받지만
부인 행세 못해 불완전한 신분


창덕궁의 낙선재에는 석복헌(錫福軒)이란 건물이 있다. ‘복을 내리는 곳’이란 의미인 이곳의 주인은 헌종의 후궁인 경빈 김씨다. 경빈은 1832년(순조 32) 8월 27일 한양 누동의 사저 유연당에서 태어났다. 헌종의 계비인 효정왕후가 왕자를 낳지 못하자 1847년(헌종 13) 10월에 빈(嬪)으로 간택되어 입궁하였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1843년에 있었던 왕비 선발에서 우연히 그녀를 본 헌종은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고 한다. 헌종은 경빈을 왕비로 맞이하지는 못했지만, 후궁으로 맞아 사랑을 이어갔다. 석복헌을 지어 거처하도록 배려한 헌종의 모습에서 그의 사랑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헌종의 사랑은 경빈에게 복이었을까? 왕과 후궁의 사랑은 궁궐 내 흥미로운 이야기 소재다. 단순한 로맨스를 떠나 암투와 모략이 결합되어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역대 왕 중에서 현종, 경종을 제외하면 모두가 후궁을 두었다. 1명으로부터 19명까지 숫자는 차이가 나지만 후궁은 왕에게 당연시되는 존재였다. 경국대전에 의하면 후궁은 정1품부터 종4품까지 품계를 받는 공적인 자리였다. 그렇지만 후궁의 지위는 왕비와 후궁의 불평등 관계로 인해 불완전할 수밖에 없었다. 왕과의 육체적 관계나 사랑의 정도와 무관하게 후궁은 왕의 부인으로 행세할 수 없는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처첩제는 일부다처제가 아니다. 한 남자의 처는 1명일 뿐이며 나머지는 첩일 따름이다. 처와 첩의 불평등한 구분은 당사자들에 한정되지 않고 자식까지 이어져 적자와 서자의 구별을 낳았다.

후궁의 불평등한 지위는 혼례식에도 나타난다. 조선시대 국가 전례 기록에 후궁을 위한 혼례는 보이지 않는다. 혼인은 혈연적으로 전혀 무관한 남녀가 서로 결합하고 사회적으로 지위를 보장받는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혼례식이 없다는 것은 후궁이 혼인으로 인해 지니는 권리와 의무,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지 못하는 사회적으로 결핍된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후궁의 혼례는 전혀 없었을까? 여기에서 경빈 김씨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후궁의 혼례 기록으로 가장 완전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경빈김씨가례등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궁의 혼례는 왕비에 비해 불완전했다. 후궁의 혼례에는 친영(親迎)이 없다. 신랑이 신부집에 가서 기러기를 바치고, 신부를 맞이해 신랑집으로 데려오는 친영은 유교 혼례의 대표적인 절차였지만 후궁 혼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후궁은 신랑 없이 가마를 타고 궁궐에 들어와 국왕을 알현하는 ‘조현대전’의 의식을 거행하였다.

장서각에는 경빈이 혼례 때 받은 교명(敎命)이 있다. 교명은 왕비, 왕세자, 왕세자빈, 세손 등을 책봉할 때 내리는 훈유문서다. 옥축(玉軸)으로 만든 두루마리 형태로 홍색, 황색, 남색, 백색, 흑색의 순서로 짠 오색 비단에 필사되어 있다. 왕비의 혼례식에서는 이러한 교명 외 책문(冊文), 보인(寶印), 명복(命服)을 함께 받는다. 그러나 후궁에게는 교명만 주어졌다. 화려하지만 또 한편으로 왕비의 그늘 속에 살아야 했던 것이 후궁의 자리였다. 넓게 보면 조선시대 첩의 자리 역시 다르지 않다. 미혼(未婚)이 죄악처럼 여겨졌던 시기, 그 죄악의 화는 면하였지만, 부부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첩은 중간적인 불안정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 불완전한 자리에 몰아놓고 위험한 사람인 양 바라본 것이 조선 사회의 한 단면이었다.

이욱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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