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찬 교수의 중국어와 중국 문화>‘시황제’ 등장은 예정된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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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에서는 ‘시황제(始皇帝)’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시황제는 원래 진시황(秦始皇)을 부르는 말로 그 뜻은 첫 번째 황제라는 의미다. 황제(皇帝)라는 단어 자체도 진시황이 만들었다. 그는 중국을 통일한 후 이전 시대의 ‘왕’이라 호칭됐던 이들보다 더 위대함을 나타내기 위해 새로운 호칭을 고민했는데, 전설 속의 삼황오제(三皇五帝)에서 황제라는 명칭을 따온다. 자신이 전설 속의 인물과 같다는 의미다. 그리고 자신이 왕을 하사하니, 이전의 최상위 군주인 왕을 지목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는 절대 권력임을 나타내고자 했다.

몇천 년 전인 기원전에 존재했던 ‘시황제’라는 단어가 중국에 다시 등장한 이유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연임 규정 폐지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서의 ‘시’는 시진핑의 ‘시’를 일컫는 것이다. 한국어로는 ‘습(習)’이라고 읽지만, 중국어에서는 ‘Xi’로 발음이 나기 때문이다. 시황제의 시는 중국어로 ‘Shi’로 ‘스’에 가까운 발음이나 이 둘의 발음은 차이가 있다.

원래 중국주석은 2연임으로 제한돼 있었다. 마오쩌둥(毛澤東) 주석 말년 시절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덩샤오핑(鄧小平)이 정권을 잡은 후 연임 제한 규정을 만들었고 그동안 잘 지켜져 왔다. 그런데 이번에 이 규정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그를 시황제라고 칭하며 비판하는 것이다. 물론 중국 당국의 철저한 언론 통제와 여론 통제로 물밑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지만, 지식인을 중심으로 한 비판 여론은 만만치 않다.

한국에서도 그의 연임 규정 폐지를 놓고 비판 여론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미국의 백악관이 시진핑 연임 규정 폐지 부분은 중국의 내정문제라고 발표했듯이, 이는 분명 중국 내부의 정치적인 문제다. 비판을 하더라도 적당한 선을 지킬 필요가 있다. 그들의 문제이고 그들의 선택이다. 우리의 생각을 강요할 수는 없다.

사실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강력한 반부패 정책의 결과, 정적으로 분류되던 인물들이 낙마했고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듯이, 강한 중국을 내세운 그의 정책이 중국 인민에게 먹혀들기도 했다. 강한 미국에 맞서려면 강한 중국이 필요하다는 정서가 팽배한 것이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도 이런 정서 때문에 더 강한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번 임기연장에 대한 문제가 중국의 신화(新華)통신에 의해 불거졌다는 점이다. 신화통신사는 중국 정부 기구인 국무원에 속해 있는 통신사다. 신화통신은 지난달 25일 오후 짧은 영문 뉴스로 연임 규정 폐지에 대한 소식을 보도했다. 이후 장기집권에 대한 국내외적 비판 성명이 잇따랐다. 당연히 당 최고위층은 격노했다고 한다. 징계도 뒤따랐다. 이는 중국 정부 내부의 불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의도된 보도가 아닐까 하는 의견도 있다.

비판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 등 다양한 기관의 충성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체적으로 무리 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그렇게 된다면 러시아, 북한, 중국이 모두 장기집권체제가 된다. 몇 년이면 정권이 바뀌는 우리 입장에서는 여야를 초월한 지속적인 대외정책이 필요한 시기라 하겠다.

한양대 인문대 교수